[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정우성이 감독으로서 정우성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
정우성이 영화 ‘보호자’를 통해 오랜 시간 꿈꿔온 감독의 꿈을 이뤘다. 단순히 배우라는 틀에만 갇혀있지 않고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늘 노력하는 그가 의미 있는 도전을 해냈다. 클리셰의 변주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정우성 감독은 반항에서 시작된 ‘보호자’를 두고 매력적이라는 평이 나왔을 때 기뻤다고 밝혔다.
정우성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정우성은 배우로서 액션을 오랜만에 하고 싶어 ‘보호자’에 합류했으나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연출까지 맡게 됐다.
“‘증인’ 끝나고 액티브한 액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보호자’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야기는 뻔하고 그런데 액션이 통쾌하고 새로운 걸 찾아보면 배우로서의 롤은 완성할 수 있겠다 싶어서 오케이했다. 그런데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한다고 해서 내가 연출할까? 하니깐 좋다고 해서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정우성은 감독으로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클리셰 범벅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정우성의 감독으로서의 도전의식을 일깨웠다.
“클리셰한 이야기를 클리셰하지 않게 내 나름대로 풀어보면 연출 도전을 떠나 그 이면에 많이 봐왔던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또 다른 도전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영화인들이 어떤 소재, 스토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바람직했나 생각해보게 됐다. 모든 영화가 그런 건 아니지만, 비슷비슷한 소재, 스토리를 계속해서 우려먹는게 바람직한가 싶었던 거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관점으로 조금 다르게 보여주고 만듦새를 완성시키면 영화인들에게도 의미가 전달되지 않을까 부수적인 도전의식이 있었다.”
이에 정우성 감독은 연출부에 레퍼런스를 찾아보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일까. 첫 공개 후 정우성스러운 영화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연출부가 레퍼런스를 모아오는데 어떤 액션신이나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레퍼런스를 찾지말라고 했다. 그 컷을 구현할 필요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이렇기 때문에 움직임이 이럴 거라고 고민하다 보면 당연히 답은 찾아질 거다 싶었다. 소통이 오래 걸려 편의에는 어긋날 수 있어도 그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깐 ‘보호자’스러운 영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표 액션장인으로 손꼽힌다. 감독으로서 액션장인인 자신을 담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터.
“스스로 액션장인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확실히 신속하게 촬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더라. 하하. 감독으로서 편하더라. 플래시 액션 장면의 경우는 6시간밖에 안 걸렸다. 기대치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스토리를 운반하는데 캐릭터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행위가 무엇일지 고민했지 기대를 할텐데, 만회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밌게 보여줄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헌트’를 통해 먼저 감독 신고식을 치른 이정재 역시 ‘보호자’를 보고 응원해줬다. 이정재는 “새롭고 개성이 살아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감독 정우성의 용기와 뚝심. ‘보호자’에 박수를!”이라는 평을 남겨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우성 감독은 “내 친구한테 이런 감성 있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전하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계에 갖고 있던 불만을 감독으로서 풀어보고 싶었다는 정우성 감독. 앞으로도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도전을 해나가고 싶은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스스로 갖고 있는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영화인으로서 살면서 ‘도전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나 혼자만 갖고 있는 삐딱함, 불만이 잘 전달될까 싶은 거다. 매력적인 영화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 좋더라. 어떤 캐릭터도 소모시키거나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칭찬하고 싶다. 네 마음은 알겠는데 힘드니 안 해도 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도전은 이어가고 싶다. 또 언제 연출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웃음)”
popnew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