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이렇게 회사가 성공할 줄 몰라서 상속 준비를 안 했다. 지금은 상속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상속이 어려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을 일군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상속 관련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사실상 상속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서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이 지배권을 놓고 대혼란에 빠질수 있다. 이에 서 회장은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농담섞인 말까지 던졌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발 6조원 상속세 폭탄이 결국 일파만파로 불붙고 있다.

정부가 보유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6조원)가 내달 말 공개 매각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별세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를 낼 돈이 없어, 정부에 물납한 지분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의 2대 주주로 등극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가가 상속 받냐”, “두 번 상속했다가는 기업이 나라 것이 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창업자가 남긴 유산은 약 10조원이다. 유족에게 매겨진 상속세율은 60%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최고 6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의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영국(40%)은 물론 심지어 상속세가 높다는 일본(55%)보다도 더 높다.

김 창업자 일가의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계기로 기업의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기업이 매각설에 흔들리는 것도 모자라 국가가 글로벌 기업의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정진 회장도 셀트리온 그룹 합병 발표 자리에서 상속 관련 “상속·증여세로 못해도 6~7조원은 내야 할 것이기에 승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셀트리온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수 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맨앞)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최근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입장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 일가는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12조원의 상속세를 부과받고, 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높은 상속세율로 유능한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 존속이 어렵고, 해외로 내몰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면서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가 이중 과세 문제 등이 많은데, 국민 정서 한쪽에는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한 저항이 많다”며 “국회가 개편안을 내면 정부도 적극 논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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