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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지만,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차입공매도에 예외가 적용되면서 하루에 최대 2000억원에 육박하는 공매 거래가 여전히 이뤄졌다.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예외적 공매도까지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는 입장이다. 한편 내년 6월까지 한시적인 금지기간 동안 공매도 전산화와 상환기한·담보비율 통일 등 실질적인 변화가 진행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종목별 공매도 거래액 1~2위는 에코프로·비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 326억원, 코스닥시장 1649억원이었다. 합하면 1975억원 규모다. 이어 7~9일에는 총 2016억원(유가증권시장 821억원, 코스닥시장 1195억원) 어치의 공매도 거래가 있었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여전히 활발한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가 국내 증권사인 만큼 외국인과 개인의 공매도는 없었지만, 코스닥시장에서 기관 공매도는 금지 이전인 3일(951억원)보다 6일 73% 늘었다. 3일 외국인과 개인을 합한 전체 금액과 6일 기관의 공매 금액을 비교하면 39.93% 줄었지만, 6일 기관 거래량(481만2084주)은 3일 외국인과 개인을 합한 전체 거래량보다도 9.98%가 많았다.

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공매도 최대 거래금액 1·2위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차지했다.

에코프로비엠은 6일 184억원, 7일 170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에코프로 거래대금은 6일 195억원, 7일 140억원이었다. 지난달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기관, 외국인, 개인 포함)이 각각 499억원, 32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후 거래금액의 99%는 상장지수펀드(ETF) LP들의 헤지(위험회피) 물량이다. 개인들의 코스닥 ETF 매도가 쏟아지면서 LP의 공매도가 늘어났는데, 코스닥에서 비중이 큰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7일 집회를 열고 “시장조성자 공매도를 허용하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반쪽자리 공매도 금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거래 부진 종목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증시 관리를 위해선 예외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양방향으로 호가를 내야 하기 때문에 헤지거래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LP의 경우 헤지거래를 통해 예상 손익을 0으로 만들지 않으면 높은 가격에 쏟아지는 매도물량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가 없다”며 “MM과 LP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들이 우려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방지책은 이미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는 업틱룰(공매도 주문시 호가 가격을 직전 체결가격 이상으로 제한)을 적용받으며, 반드시 시장조성자 계정으로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제도를 완비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상환기한·담보비율 ‘묘수’ 찾을까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공매제도 개선책으로 줄기차게 촉구하는 전산시스템 구축과 외국인·기관과 개인간 상환기한 및 담보비율 격차축소가 이뤄질지는 관건이다. 정부는 공매도 재개시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

실제 합리적인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영구금지보다는 기관·외국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편하게 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5만명 동의를 얻으며 이번 공매도 금지의 기폭제가 된 국민 청원의 주된 내용도 이와 같다. 청원인은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란 글을 통해 “기관·외국인의 경우 차입 공매도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기관·외국인은 수익이 날 때까지, 즉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기다리면 절대 손해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없애준 격으로 개인투자자와 크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150%)과 일본(130%)은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담보비율이 동일하고, 미국의 경우 상환기한은 투자주체와 상관없이 증권회사와의 계약에 따라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정하는 방식인 만큼 “담보비율 및 상환기간을 선진국에 맞춰 공매도를 재개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도 자연스레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기관 대상 상환기한을 현재 ‘무기한’에서 일정 기한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인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 인하하고 상환기한을 60일에서 90일로 연장했지만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이 불리하다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은 만큼, 이번에는 외국인·기관의 상환기한을 상징적으로라도 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주체간 신용도 차이를 고려해도 ‘개인 90일’ 대 ‘외국인·기관 무기한’은 개인투자자들의 박탈감이 큰 만큼 후자에 대해 장기간 또는 재심사 후 연장방식으로라도 기한을 명시하는 등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과 기관·외국인에 대한 공매도 담보비율 격차가 얼마나 더 줄어들지도 관건이다. 현재 공매도 담보비율은 개인이 120%, 기관·외국인이 105%다. 더불어민주당도 강훈식 의원 발의안 등으로 차입기간·담보 비율 및 거래 전산화 관련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여당에서도 이번 공매도 금지 이후 총선 전까지 손질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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