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인기가 시들해지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액으로 우량주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는 다양한 상품이 쏟아진다. 작년만 해도 주로 지수추종형 ETF가 많았지만 이제는 테마형·채권형·배당형 등 넓어진 선택지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내년 상반기에는 어떤 ETF가 각광받을까.

헤럴드경제가 30일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한화 등 국내 5대 자산운용사로부터 ‘내년 상반기 유망 ETF’ 추천 현황을 집계한 결과, 반도체·빅테크 관련 ETF가 가장 많았다. 자산운용사별로 국내와 해외 ETF를 하나씩 총 10개 추천받은 결과, 5개가 반도체였고 2개가 빅테크 관련 상품이었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강타한 ‘생성형 AI’ 시대를 이끌어 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서버 구축을 위한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수출 물꼬를 튼 K-방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추천하는 운용사도 있었다.

▶“내년 대세는 단연 반도체·빅테크”=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AI 반도체 관련 ETF를 일제히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이 대표적이다. 이 ETF들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외하고 AI 개발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과 AI 반도체 장비, 공정 기업들로 투자 종목을 선별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21일 동시 상장한 두 상품은 2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86억원, 165억원어치 총 251억원 사들일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내년에는 PC산업의 경기회복과 AI 반도체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한 해”라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턴어라운드와 AI반도체의 혁신을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핵심장비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도 “HBM 수요가 폭팔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주가 최대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며 “해당 ETF는 전공정·후공정·패키징까지 AI 반도체 공정 전반을 아울러 혁신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장비 기업을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간다는 전망이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반도체NYSE’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MV’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를 비롯해 브로드컴, 엔비디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퀄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혜 여부가 달라지는 여타 섹터와 달리 반도체 육성에 대한 민주·공화당의 정책 기조는 동일하며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계기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한화자산)’도 추천됐다. 한화자산운용은 “엔화 약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탈(脫)중국에 나선 기업들 투자가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테크 관련 ETF로는 ‘TIGER 미국테크TOP10(미래에셋)’과 ‘ACE 미국빅테크TOP7Plus(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추천됐다. 이 ETF가 집중적으로 담은 종목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테슬라·메타 플랫폼스 등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매그니피센트7 종목들의 경우, 고금리에 취약한 성장주라는 평가보다는 오히려 풍부한 현금에서 나오는 이자수익과 확실한 성장까지 보유한 퀄리티 주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K방산·금리 인하에 투자하는 ETF도 유망=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눈독 들이는 국내 방산 기업들을 담은 ETF도 추천됐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 등 국내 방산 대표기업 10곳에 투자하는 ‘ARIRANG K방산’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으면서 한국이 세계 주요 무기 공급국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산주가 가장 유망하다고 꼽은 바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국 방위산업은 휴전국가로서 지속적인 무기 개발 투자와 국산화를 통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량 생산시설과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토대로 해외 각국에서 러브콜도 받는 중”이라며 “특히 내년부터는 국내 방산업체의 해외수주잔고가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국내 방위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를 겨냥한 ETF도 추천됐다. KB자산운용은 국내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를 제시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기존에 발행된 국채의 가격은 오르는데, 이때 30년물은 단기채보다 만기가 긴 만큼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49.3%,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7.9%로 나타났다.

KB자산운용은 “금리 방향성 전환이 커지면서 채권형 ETF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장기물 ETF를 통해 안정적인 인컴 수익과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신탁운용은 2차전지 장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ACE 포스코그룹포커스’를 추천하며 “본업인 철강 분야 실적도 내년 상반기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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