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캐(부캐릭터)의 세계’가 가요계 및 예능계를 강타하고 있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용어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부캐는 본(本)캐릭터에서 벗어나서 다른 스타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 주로 활용된다. 연예계에도 이러한 부캐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인기 개그맨, 뮤지션들이 다른 이름과 인격을 내세워 방송에 출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연예계에 어떤 부캐가 사랑받고 있는지 알아봤다.

 

유산슬, 유르페우스, 유고스타 등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예능계에 ‘부캐의 세계’를 구축한 건 유재석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부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탄생했다. 방송 초기 명확한 콘셉트 없이 유재석을 앞세워 여러 시도를 하다가 ‘부캐’ 콘셉트가 인기를 모으자,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를 포함한 제작진은 유재석에게 맞는 부캐 개발에 나섰다. 드럼에 도전하는 ‘유고스타’를 시작으로 트롯 신인가수 ‘유산슬’로 데뷔 후 앨범을 내고,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어 라면 끓이는 요리사 ‘라섹’과 하프 신동 ‘유르페우스’, 라디오 DJ ‘유DJ뽕디스파뤼’, 치킨을 튀기는 ‘닭터유’까지 선보였다. 최근에는 혼성그룹 멤버 ‘유두래곤’, 연예 기획사 대표 ‘지미유’라는 부캐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마미손

사진 : 인스타그램 @pinkbeanieboiboi

연예계 부캐 열풍의 시초는 2018년 첫선을 보인 ‘마미손’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서 고무장갑 색과 비슷한 핑크색 복면을 쓰고 나타난 래퍼 ‘마미손’은 재밌는 가사와 매력 있는 목소리로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어설프게 뚫린 복면 구멍 사이로 드러난 이목구비를 통해 힙합 팬들은 “그의 정체가 가수 ‘매드클라운’이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측을 하기도 한다. 마미손은 유명 아티스트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기 위해 복면을 썼다고 밝혔다.

 

싹쓰리(린다G, 비룡, 유두래곤)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대세 중의 대세가 된 화제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SSAK3)’는 연예계의 대표적인 부캐로 급부상했다.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이미 정상에 오른 스타인 이효리, 비, 유재석으로 꾸려진 이 그룹은 노래뿐 아니라 방송,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해외 교포가 연상되는 패션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이효리는 ‘린다G’라는 부캐를 획득했다. 싹쓰리의 막내 비는 ‘비룡’이라는 부캐를 얻었다. 유재석은 ‘유두래곤’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부캐가 탄생했다. 멤버 전원이 30~40대 기혼자인 이 혼성그룹은 앨범을 내자마자 단체곡, 솔로곡 가릴 것 없이 주요 음원차트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톱스타의 저력을 입증했다.

 

환불원정대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MBC <놀면 뭐하니?>는 점차 부캐 세계관이 확장되자, 또 다른 부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싹쓰리로 활동하고 있는 린다G(이효리)가 여자 가수들을 몇 명 모아서 그룹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히자, 김태호 PD는 이를 놓치지 않고 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했다. 이에 이효리, 엄정화, 제시, 마마무의 화사가 한 팀이 되어 환상의 조합을 이뤄냈다. 어느 가게를 가든 막힘없이 ‘환불’을 해 줄 정도로 ‘센 언니’들의 조합이라는 의미의 ‘환불원정대’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을 자랑하는 4명의 가수들이 모인 만큼 가요계에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둘째이모 김다비

사진 : 인스타그램 @ksy83s

유산슬 이후 트로트 가수 부캐 열풍을 이끈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캐릭터는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의 중장년 아주머니를 표현한 것으로, 빠른 1945년생이다. 백반집과 계곡 산장 오리백숙집을 운영한 바 있으며, 특기는 킬힐 신고 약초 캐기, 취미는 새벽 수영, 정오 에어로빅, 심야 테니스라고 알려졌다. 하루에 3만 cc 정도의 생맥주를 들이켜는 그녀는 슬하에는 아들 셋이 있으며, 조카로 김신영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에서 간혹 김신영과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매우 정색하며 본인은 김신영과 다르다며 부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곡은 ‘주라주라’며, 절대 라이브를 하지 않고 화려한 마이크 돌림 실력으로 완벽한 무대매너를 보여 줘 화제를 모았다. 

 

여은파(조지나, 사만다, 마리아)

사진 : 한혜진 인스타그램 (@modelhanhyejin)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디지털 스핀오프(Spin-off)로, 오히려 본 방송보다 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이하 여은파)>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각각 <나 혼자 산다>에서 선보인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로 등장한다. 방송에서는 ‘순한맛’, 유튜브에서는 ‘매운맛’ 버전으로 각기 수위를 달리해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TV에 방영된 순한맛 버전은 8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유튜브에 올린 매운맛 버전에서는 방송에서 쉽게 할 수 없는 ’19금’ 애드리브, ‘앞광고'(PPL) 등을 진행하여 공개한 지 1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100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카피추

사진 : 추대엽 인스타그램 (@dae_youp_choo)

2002년 개그맨 데뷔 이래 20년 가까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개그맨 추대엽은 부캐 ‘카피추’로 재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에 첫선을 보인 카피추는 유명한 곡을 재치 있게 개사한 창작곡 콘셉트로 큰 화제를 모은 신개념 싱어송라이터라고 할 수 있다. 황토색 개량한복과 뽀글뽀글한 헤어스타일, 특유의 뻔뻔한 태도로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유병재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작한 카피추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추대엽은 “저한텐 유병재가 ‘유느님’이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캡사이신

사진 : 캡사이신- 매운사랑 뮤직비디오

새빨간 의상과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며 신비주의를 표방한 신인 가수 ‘캡사이신’은 코미디언 신봉선의 부캐다. ‘다비 이모’ 추천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는 캡사이신은 루마니아 출신으로, 햇빛을 무서워하는 뱀파이어 가수라고 밝혔다. 신곡 ‘매운 사랑’은 매운 음식처럼 고통스럽지만 중독적인 아픈 사랑을 놓지 못하는 한 여자의 처절한 발라드라고 소개했다. 한편, 다비이모와 이웃사촌이라는 캡사이신은 “다비 이모님 집 욕실에서 물이 샜고,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친해졌다”며 “다비 이모님이 한국 데뷔를 추천해주셨다”고 언급했다.

 

펭수

사진 : 블랙펭수 인스타그램(@blackpengsoo)

한때 신드롬을 일으켰던 EBS의 펭수도 부캐라고 할 수 있다. EBS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펭귄 캐릭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대중은 ‘재치 넘치는 입담을 지닌 남극에서 온 10살 난 펭귄’으로 대한다. 간혹 일부 사람들이 “인형탈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라고 궁금해하고, 실제 주인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대중은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며 펭수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실제 주인공을 드러내는 일은 펭수의 정체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는 펭수의 부캐라고 알려진 블랙펭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할명수 (신진대사, 박명례 등)

사진 : Youtube ‘JTBC Entertainment’

원조 별명 부자인 박명수는 예능계에 부는 부캐 열풍에 힙입어, B급 감성 부캐쇼 JTBC <할명수>를 통해 매회 다양한 부캐로 분장한다. JT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할명수> 첫 회에서는 ‘신진대사’로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본인의 댓글을 읽으며 자아성찰하는 신진대사는 아밀라아제와 생체가스의 아이콘인 박명수의 캐릭터를 적극 차용해 탄생했다. 활발한 신진대사로 화를 다스리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화에서는 ‘명례네 민박집’을 운영하는 ‘박명례 할머니’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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