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추가 긴축이 필요한 상황엔 주저하지 않겠다”며 ‘매파(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냈다. 이에 투심이 위축되면서 미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30년물 미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가 저조하다는 소식에 미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도 미 증시를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날 외국인·기관 ‘사자’에 상승 마감한 코스피와 2차전지주 약세에 하락 마감한 코스닥 지수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파월 “물가 둔화는 다행이지만 2% 지속 가능하려면 갈 길 멀어”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난 한 해 하락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를 자신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완화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의 발언 이후 연준이 금리를 내년 1월에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23%로 전날의 16%에서 크게 올랐다. 또한 내년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0%로, 전날의 70%를 웃돌았던 데서 크게 하락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 예상치를 기존 3.00%~3.25%에서 3.50%~3.75%로 상향했다. 최종 금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0.5%포인트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골드만은 연준이 내년 4분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매 분기 1회씩 금리를 내려 2026년 2분기에 금리인하를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자체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에서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 2026년에 2.9%까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美 국채 10년물 금리 4.63%…14bp 급등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국채금리까지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장기 국채금리가 재무부의 3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소식에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금리 상승세가 다시 시장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발행금리는 입찰 이전 금리보다 0.051%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수요 부진을 시사했다. 또한 응찰률은 2.24배로 거의 2년 만에 가장 약했고, 직접 입찰자와 간접 입찰자들의 낙찰률도 2021년 이후 가장 약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6bp(1bp=0.01%포인트)가량 급등했고, 10년물 국채금리도 14bp가량 올라 4.63%를 넘어섰다. 2년물 국채금리는 10bp가량 상승하며 5%를 넘어섰다. 2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일 이후 처음이다.

다른 연준 당국자들은 국채 수익률 급등에 따른 금융 환경 긴축에 대해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앞으로 경제가 예상보다 더 많이 둔화하지 않도록 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장기 금리의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장기 국채금리의 움직임이 정책을 결정하는 데 유용한 도구는 아니다”며 “이러한 금리가 매우 짧은 기간에 크게 움직일 수 있는만큼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S&P500 8거래일 연속, 나스닥 9거래일 연속 상승세 끊어져

9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0.33포인트(-0.65%) 내린 3만3891.9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5.43포인트(-0.81%) 하락한 4347.35에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8.97포인트(-0.94%) 내린 1만3521.45에 장을 끝냈다.

앞서 S&P 500지수는 8거래일 연속 올라 2021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오래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나스닥 지수는 9거래일 연속 올라 역시 2년 만에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S&P 500 지수 기준 9거래일 만에 연속 강세장을 마감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국채금리의 급등에 반응했다고 말했다. DA데이비슨의 제임스 레이건은 마켓워치에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최근 몇 주간 주식을 견인하고 있다며 “그것은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며, 오늘 주식 랠리의 힘을 약간 빼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의 추가 상승은 경제에 브레이크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美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부담…美 반도체 지수·테슬라 하락도 하방 리스크”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전 국내 증시에 강한 하방 압력을 가했던 미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인 것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46포인트(0.23%) 오른 2427.0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829억원, 273억원 순매수한 것이 지수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인은 3082억원을 팔았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15포인트(-1.00%) 하락한 802.87에 마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미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분명한 부담”이라며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반도체 관련 지수가 하락했다는 점도 국내 증시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9일(현지시간) 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장보다 20.34포인트(0.59%) 하락한 3452.34를 가리키며 마감했다.

세계적 투자은행 HSBC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이유로 테슬라에 ‘매도’ 등급을 부여하고, 목표가도 146달러로 하향하자 테슬라의 주가가 5.46% 급락한 209.98달러를 기록한 것도 국내 증시엔 분명한 악재란 평가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2차전지주(株)의 주가 흐름은 테슬라와 연동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매도 금지 이슈로 인해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 2차전지주에 테슬라 주가 하락 소식은 하방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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