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 본능’이 또다시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다우존스 지수는 한때 200포인트 넘게 급락했고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5%를 넘어섰다.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사전에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면서도 “우리가 그러한 기조를 달성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원하는 수준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의 진전에는 만족하지만 (정책 목표인)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갈 길이 멀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얼마나 더 개선되고 더 많은 것(물가하락)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급보다) 총수요의 성장을 억제하는 긴축 통화 정책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더 긴축하는 것이 적절한 때가 오며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파월 의장 발언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지난 1일 열린 11월 FOMC에서 연준이 9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이후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달 동안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한때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9.3bp(1bp=0.01%포인트)오른 5.024%로 5%선을 다시 넘었다. 10년물 금리는 12.6bp 급등한 4.634%까지 올랐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줄어 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당초 40%를 넘어섰던 5월 인하 가능성은 30.9%로 낮아졌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발언의 내용은 지난주 파월 의장이 말한 것과 실질적으로는 다르지 않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확신했던 시장에는 예상보다 매파적인 것으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면서 “이날 진행된 재무부의 국채 금리 입찰에서 낙찰 금리가 예상보다 높았던 것에 대한 실망감과 과매수에 이른 시황 등이 맞물리며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진행된 24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30년 물 국채 입찰은 낙찰 금리가 4.769%에 달하는 등 부진했다. 경기 둔화 우려와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이는 직전 30년 물 입찰 당시 낙찰금리보다 51bp 높은 것이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가져간 물량이 24.7%로 지난해 평균의 2배에 달했다. 그만큼 남은 물량이 많았다는 의미다.

한편 미국 국채의 주요 거래 통로 중 하나인 중국공상은행(ICBC)이 이날 사이버 공격을 받아 고객들의 거래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도 부진한 입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증권 산업 및 금융시장협회는 이날 회원들에게 ICBC의 랜섬웨어 공격 사실을 공지했다. 이번 공격으로 ICBC는 미 재무부 국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지펀드 등 시장 참가자들은 거래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알란 리스카 리스크 정보 분석가는 “금융 부문은 사이버 보안에 어떤 산업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서 “대규모 은행이 이러한 공격에 영향을 받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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