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사의 2024학년도 수능 수학 22번 문제 풀이 과정.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정답률 1%대는 흔하지 않다. 학생들은 킬러 문항이라고 느꼈을 것” (수학 학원 강사 A씨)

“어려운 문제가 모두 킬러 문항인 것은 아니다. 수학 22번은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문제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두고 킬러문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이과 학생이 공통으로 풀어야 했던 수학 22번 문항이 쟁점이다. 해당 문항의 가채점 결과 정답률은 1%대로 낮다. 최근 10년 동안 치러진 수능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정답률이다.

수학 22번 문제 두고 시끌
2024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22번 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7일 EBSi의 2024학년도 수능 정·오답률 분석에 따르면 수학 22번 문항의 정답률은 1.4%다. 문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는 물론 이과 학생들의 주요 선택 과목인 ‘미적분’, ‘기하’를 통틀어 가장 낮은 정답률이다. 해당 문제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함수를 구하는 문제다. 수능이 종료된 이후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킬러 문항이다”,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 등 반응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킬러 문항 정의 자체가 모호했기 때문에 킬러문항 이다, 아니다 단정짓기 어렵다”면서도 “조건은 간단하지만 계산식이 복잡하다. 앞서 교육부가 지적한 킬러 문항 요소에 계산 복잡성도 포함됐던 만큼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6월 교육부는 킬러문항 사례를 공개하며 수학 킬러문항 요소로 ▷3가지 이상의 다수 수학 개념 결합 ▷문제 해결 과정 복잡 ▷특정 선택과목 선택자에게 유리 ▷풀이에 과다한 시간 요구 ▷실수 유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2024학년도 수능 수학 22번의 경우 다수의 수학 개념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함수의 그래프를 그리고 계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복잡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심주석 EBS 현장평가단(인천하늘고 교사)은 “22번 문항은 조건이 1개로 간결하고, 풀이 과정이 간단하다”며 “반면 킬러 문항으로 꼽혔던 문제들은 조건이 가, 나, 다 3개로 복잡하다. 풀이 과정도 상당히 길게 나온다”고 비교했다. 또 “조건 하에서 수학적 사고를 얼마나 진행시킬 수 있는지 묻고, 짧은 계산으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킬러 문항이라고 지적된 부분들과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9월 모평 ‘물수학’ 논란 의식…의대 갈 최상위권 변별 문제 곳곳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본사 대입수능 분석 상황실에서 강사들이 수능 국어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선택과목 ‘미적분’의 경우 22번 외에도 어려운 문제가 다수 관찰됐다. EBSi의 수능 정·오답률 분석에서 오답률 상위 1~3위 문제 모두 한자릿수 정답률을 기록했다. 수학 22번(1.4%) 외에도 30번(2.7%), 29번(5.3%)도 낮은 정답률을 기록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2022학년도 이후 통합수능 체제 하에서 가장 어려웠던 수학 시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2학년도 수능 수학 정답률이 낮은 상위 문항은 30번(6.1%), 22번(7.0%), 11번(14.5%)이었다.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정답률이 낮은 상위 문제는 22번(5.5%), 30번(5.7%), 14번(13.4%)이었다.

올해 치러진 9월 모의평가가 킬러 문항을 배제하다 지나치게 쉬워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학 만점자가 2520명에 달하면서 이과 최상위권 변별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 의대 선발 정원 총 3016명(정시 1144명)의 83%를 차지하는 숫자다.

또 다른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학 최상위권 변별이 흐려지면 의대 입시에 대혼란이 생길 수 있어 고난도 문항을 다수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체적인 난도를 높이는 효과가 생겨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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