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은행권 내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상생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권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4분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고금리 정기예금 자금 확보를 위해 당분간 은행채 발행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포함한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월별 은행채 발행 기록 경신 ‘눈앞’
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은행채 순발행액은 5조 3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만기가 도래한 채권의 상환금액을 뺀 수치를 의미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11월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올해 월별 기준 가장 많은 은행채 순발행 규모를 기록한 지난 10월 순발행액(7조5393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PF 사태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 이후, 금융당국은 1년 가까이 ‘상환 목적의 발행’ 등 일부 조건을 제외한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회사채로 몰려야 할 자금 수요가 은행채로 몰리는 소위 ‘자금 블랙홀’ 현상이 은행채로 인해 촉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규제가 사실상 종료되면서 그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은행권도 마치 한풀이하듯 공격적으로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규모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은행채 순발행액 증가세다. 그간 은행채 발행 제한 규제로 마이너스(-) 발행이 고착화됐던 은행채 발행 흐름이 완연한 순발행(+)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채는 당국의 규제 여파로 1월 4조7100억원 ‘마이너스 발행’으로 출발한 이후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0억원 △4월 –4조7400억원까지 4개월 연속 순발행액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라는 건, 상환규모가 발생 규모보다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 발행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상환을 위한 목적의 발행을 했을 뿐 실제 신규 자금조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5월 만기채권 규모 감소의 여파로 9595억원의 ‘깜짝 순발행’을 기록한 뒤 6월과 7월에도 각각 -1조5005억원과 -4조6711억원으로 마이너스 발행이 지속됐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역전됐다. 자금조달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은행채 또한 8월 3조7794억원의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이후 9월 4조6800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7조원이 넘는 순발행을 기록하며 올해 연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고금리 정기예금의 여파로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국의 추가 규제가 없을 경우, 당분간 은행채 발행은 순발행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금리 끌어올리는 은행채
문제는 이러한 은행채 발행량 증가가 자연스레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금리’, ‘이자장사’ 논란으로 상생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권의 입장에선 대출금리 인상이 오히려 반갑지 않은 상황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은행채 발행량 급증의 여파로 은행채 금리 역시 연간 최고점을 수차례 경신하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자금 확보를 위한 은행 간 경쟁으로 인해 조달비용인 발행금리(은행채 금리)가 상승한다. 이 경우, 은행채 금리를 준거금리로 삼고 있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포함한 상당수 대출상품 금리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지난 16일 기준 은행채 5년물(AAA)의 금리는 4.279%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기록한 연고점(4.810%)보다는 0.6%p(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지만 올 최저점인 연 3.810%와 비교하면 여전히 0.3%p 이상 높다.
특히, 신용대출 상품의 준거금리로 적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AAA)의 경우, 지난 16일 기준 4.075%를 기록했다. 올 초(4.002%)와 비교하면 0.07%p 이상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연초부터 꾸준히 3%대를 유지하던 6개월 물 금리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4%대에 진입한 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급증하고 있는 은행채 발행량으로 인해 실제 자금 조달이 필요한 회사채 등 다른 채권시장에는 자금 유입이 주춤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20일까지 순발행을 기록한 은행채와 달리, 회사채의 경우 같은 기간 발행액(2조5600억원)을 넘어선 상환액(2조9362억원)으로 순발행액은 3756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실상 신규 조달 목적의 회사채 발행에는 실패한 셈이다.
지난 10월에도 회사채의 순발행은 월간 기준 2조8320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은행채는 7조5393억원 순발행을 기록한 바 있다.

‘금리 또 꼬일라’…커지는 은행권 고민
다만, 이같은 은행채 발행량 증가에도 은행권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정기예금 및 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실탄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한 번 고금리 이자 장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금융당국 발 상생 압박도 은행권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직접적인 상생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그간 이어진 금융회사의 상생 노력에도 최근 횡재세 입법이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낮춰주는 등의 대출이자 부담 경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전방위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지표금리 흐름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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