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승석 기자] 16세기 영국에 한 부자가 있었다. 주화를 만드는 왕립 조폐국 국장이던 그는 1720년 무역회사인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을 샀다. 그리고 남해회사 주가가 2배로 오르자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짭짤한 투자였다. 그런데 그가 주식을 팔고난 뒤 주가가 ‘떡상’하는 게 아닌가. 여러 요인이 맞물려 남해회사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1월 100파운드 선이던 주가는 6월에 100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너무 일찍 판 것을 후회하며 그는 다시 주식을 사지만,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주가가 추락하고 만다. ‘거품’이 꺼진 것이다. 그해 말 남해회사 주가는 다시 100파운드 수준으로 돌아왔고, 그는 전 재산의 2/3를 잃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과학자이기도 한 그는 이때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 하겠다”는 말을 남겼는데, 바로 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이다. 뉴턴은 이후 7년간 인세와 강연 등으로 손실을 복구했지만 누가 ‘남해’라는 말만 해도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구태여 뉴턴까지 가지 않아도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부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피해갈 수 없다. 시장 흐름이 좋지 않거나 판단을 잘못하면 손실을 보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대한민국 웰스리포트 2023’(조사기간 2022년 12월, 온라인 설문 및 개별면접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도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2022년 자산이 줄어든 경우가 전년보다 4배 많았다. 

◇ 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자들은 본능적으로 손실에 민감하다. 그래서 투자수익률에 민감하다. 투자할 때 ‘자산이 줄면 어떡하지’ 고민하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한국부자 보고서’(2023년 7월26~9월5일, 개별면접)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소위 ‘금수저형’이나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을 불문하고 부자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투자수익’을 가장 큰 걱정으로 꼽았다.

그러나 부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앞서 언급한 하나금융 웰스리포트 조사 결과 2022년 손실을 기록한 부자가 전년대비 4배 많았지만 그래도 부자 3분의 2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부자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직접보다는 간접투자…단기보다는 장기투자

일반적으로 부자들은 안전 지향적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동성이 적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들은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펀드나 신탁, 보험, 연금 등에 대한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부자들의 직접투자 비중은 평균 17%로 간접투자(40%)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부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엿볼 수 있다.

투자는 흔히 ‘리스크와 리턴의 함수’라고 한다. 다시 말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 원칙이다.

그럼 부자들은 리스크도 낮고 리턴도 낮은 간접투자에 만족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만약 낮은 리턴(수익률)에 만족했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낮은 리스크로 리턴을 높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답은 장기투자다. 적은 수익이라도 오래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들은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자보고서2023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의 71.4%는 선호하는 주식투자 기간이 1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은 선호 투자기간이 3년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전체 개인 투자자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이 14.8일인 것을 감안하면 부자들의 인내심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 들어갔다고 재빨리 발 빼서 다른 투자처를 찾기보다 수익이 회복될 때까지 버티는 힘이 강했다. 한마디로 ‘존버’ 경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부자보고서2023에 따르면 부자들의 경우 ‘손실이 발생해도 손절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국내주식에 투자할 때 34.6%, 해외주식에 투자할 때는 44.2%에 달했다.

“나는 손실이 났다고 해서 주식을 쉽게 팔지 않는다. 우량 주식에 투자하면 언젠가 회복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웰스리포트 2023에 소개된 하나은행 PB(프라이빗 뱅커)의 고객 인터뷰 가운데 한 대목이다.

◇코로나 이후 변동성 커지면서 투자에 변화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부자들의 투자성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직접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이런 흐름을 타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부자들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0년치 ‘웰스리포트’를 종합해 지난해 발간한 ‘대한민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6%에 그쳤던 부자의 직접투자 비중은 2021년 27%까지 늘어, 간접투자(31%)와 거의 같은 수치를 보였다.

하나금융 PB는 “팬데믹 기간에 투자의 확장성이 커졌다. 다양한 투자 상품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고, 과거 보수적으로 투자했던 부자 가운데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확실히 높아졌다는 걸 느낀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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