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배우 이병헌이 또 스스로를 넘어섰다.
영화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을 통해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켜온 이병헌이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스크린에 컴백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인생 연기를 펼쳤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처음 본 얼굴이라 놀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 이병헌은 극중 황궁 아파트 입주민 대표 ‘영탁’ 역을 맡았다. 망설임 없이 화염에 휩싸인 집에 들어가 단숨에 불길을 진압하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황궁 아파트 902호 주민 ‘영탁’은 투철한 희생정신을 인정받아 새로운 주민 대표로 선출된 인물이다. 주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외부인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활약으로 모두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우울한 가장으로부터 출발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가진 복잡미묘한 감정을 추측하게 된다. 이미 삶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리더가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거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들도 분명히 많았다고 생각했다. 점점 커지는 권력을 주체 못하면서 광기가 생기게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특히 이병헌과 이번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박보영은 안구를 갈아끼운 줄 알았다는 존경심을 표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첫 공개 후에는 안구를 넘어서서 얼굴을 갈아끼운 연기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영탁’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이병헌 역시 모니터를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이 원래 눈알 몇개씩을 가져다닌다. 하하. ‘나도 그런 얼굴이 있었나?’라고 놀란 장면도 있다. 모니터 보면서 나도 무섭더라. CG인가 싶을 정도로 나도 이런 눈빛과 얼굴이 있었나 놀랐던 경험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병헌 감독은 엄태화 감독과의 첫 작업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디렉션을 안 주는 편이지만, 반면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
“감독님이 디렉션을 정말 안 주시는 편이다. 디렉션을 정말 많이 주시는 경우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너무 안 주시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한 경우가 있다. 감독님은 디렉션을 많인 안 주시는 스타일이라 내가 자유롭게 해봤던 것 같다. 이건 이런 측면이 있어서 좋은 것 같고, 저건 저런 측면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하셨고 그렇게 만들어간 과정이 많이 있었다. 현장에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고, 점점 더 좋아졌던 것 같다.”
배우들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병헌 역시 연기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상상에 의존해서 이런 감정일 거야 짐작하며 조심스럽게 연기하지만 이게 아니면 어떡하지 불안감이 있다. 내가 의도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센 감정들이 군데군데 나오는 영화에서 특히 그렇다.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전에는 불안감이 큰데 시사회 이후에 좋게 봐주시면 불안했던 감정들이 자신감으로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그런 과정의 되풀이인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감정을 믿고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첫 공개 후 계속되는 호평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장르적인 건 감독님이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기하는 배우는 많지 않을 거다. 배우들은 자기 역할에 충실해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에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해내는 거다. 장르적인 색깔은 감독님이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여러 가지 색깔이 보여졌다면 기분이 좋다. 나 역시 스릴러가 강한 휴먼 블랙코미디라고 소개드렸던 것 같은데 복합적인 색깔로 영화가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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