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종신 SNS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을 억지로라도 짜내어야 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그러한 ‘뻔함’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요계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하고는 한다. 각기 다른 곡을 연결되는 하나의 스토리로 전개시키는 것이다. 한 곡은 여자의 입장에서, 한 곡은 남자의 입장에서 부르는 답가 형식의 곡을 만든다던가, 과거 자신이 발표했던 곡의 미래 버전을 만드는 식이다. 리스너들도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자연스럽게 두 곡을 연결해서 듣게 만드는 식이라 제작자나 가수들 역시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는 곡들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윤종신-좋니 / 민서-좋아(답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감성으로 역주행의 신화를 썼던 윤종신의 ‘좋아’.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좋아’의 성공 이후 해당 곡에 대한 여자 버전의 답가인 ‘좋니’를 내놓았다. ‘좋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의 신예인 민서가 불렀고, ‘좋아’역시 ‘좋니’의 후광으로 발매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음으로써 민서는 정식 데뷔 이전에 음원 사이트 1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윤종신은 ‘좋아’에 대해 “‘좋아’의 화자는 ‘좋니’의 화자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라고 비화를 밝힌 바 있다.

 

 

벤-열애중 / 하은-열애중(답가)

독특한 음색으로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는 벤은 이별 후에도 상대방을 잊지 못해 혼자서도 사랑을 계속해 나간다는 내용의 ‘열애중’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다시 한번 답가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남자 버전이었다. ‘열애중(답가)’은 가수 하은이 ‘열애중’의 주인공에 대해 잔인하고 단호한 어조로 답하는 형식의 노래였다. 하은은 해당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SNS에 올려 화제를 일으켰고, 이에 이른 바 ‘라코스테남’으로 불리면서 단숨에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NCT DREAM-마지막 첫사랑 /
사랑이 좀 어려워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인 NCT DREAM은 ‘네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외치는 10대 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린 ‘마지막 첫사랑’이라는 곡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첫사랑’ 발매 몇 년 후, 소년의 첫사랑의 끝을 그린 ‘사랑이 좀 어려워’를 새 앨범의 수록곡으로 실었다. ‘사랑이 좀 어려워’는 ‘마지막 첫사랑’의 주인공의 스무 살 버전으로, 첫사랑에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결국 자신은 아직 어리고 서툴 뿐이라는 걸 깨닫고 첫사랑의 끝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을 담았다.

 

아이유-너랑 나 / 시간의 바깥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올라선 아이유 역시 자신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노래를 발표한 바 있다. 2011년도에 발매한 아이유의 히트곡 ‘너랑 나’와 2019년 11월에 발매한 앨범 의 수록곡인 ‘시간의 바깥’이 그 주인공이다. 두 곡은 노래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의 내용 역시 이어진다. ‘너랑 나’의 연출을 맡았던 황수아 감독과 뮤직비디오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이현우가 모두 의기투합하여 마치 영화의 속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어 팬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샤이니-누난 너무 예뻐 / Lovesick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샤이니 역시 자신들의 데뷔곡인 ‘누난 너무 예뻐’와 이어지는 스토리의 곡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15년도에 발매된 샤이니 네 번째 앨범 의 수록곡 ‘Lovesick’이다. 해당 곡에서는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쓰였던 ‘누난 너무 예뻐’의 가사 내용이 그대로 이어진다. 예컨대 ‘누난 너무 예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 둬 / 뭐라 해도 나에겐 삶의 Everything’에서 ‘넌 너무 예뻤지 알고는 있니 / 여전히 내 삶의 Everything / 벌써 몇 년이야 / 동생 같다 내게 장난만 하던 네가 이젠 내 여자가 됐어’로 연결되는 식이다.

 

 

샤이니-줄리엣 / 링딩동 / 루시퍼

앞서 소개했던 샤이니는 타이틀곡으로 아티스트의 성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9년도에 발매했던 두 번째 미니앨범 에서는 사랑의 화살을 맞은 큐피드로 그려졌던 샤이니가 바로 다음에 발매되었던 곡 ‘Ring Ding Dong’에서는 사랑의 감정에 완벽하게 눈을 뜬 에로스가 되었고, 또 그다음에 발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Lucifer’에서는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타락천사 루시퍼가 되는 식으로 서사를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마크툽-Marry me /
유연정-Marry you

2017년,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면서 리스너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인 마크툽의 ‘Marry Me’에도 답가인 ‘Marry You’가 존재한다. 연인의 청혼에 대한 대답인 ‘Marry You’는 ‘음색 갑’으로 유명한 걸그룹 우주소녀의 메인보컬 유연정이 가창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이에 소셜 미디어인 dingo에서는 유연정이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Marry You’를 라이브로 부르는 콘텐츠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송하예-니 소식 / 이우-내 안부

2019년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송하예의 ‘니 소식’에도 답가 형식의 노래가 존재한다. 이우의 ‘내 안부’가 바로 그 곡에 해당한다. ‘내 안부’는 자신의 소식에 마음 아파하는 헤어진 연인을 따뜻한 마음으로 걱정하는 곡으로, 다른 답가 형식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가사의 내용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지는 형식으로 제작했다. 특히 이우의 ‘내 안부’ 뮤직비디오에는 송하예가 여자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산이-‘NOT’ Based
On The True Story 전곡

2013년도 11월에 발매된 산이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인 ‘‘Not’ Based On The True Story’는 아예 앨범의 트랙 전체가 이어지는 형식을 지녔다. 실제 내용이 아님을 강조하는 앨범명은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산이 역시 공백기에 이별을 겪었음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제 이별 이야기가 어느 정도 묻어있음을 시사했다. 해당 곡은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들으면 노래 속의 화자가 연인에게 배신을 당한 뒤 어두워져 가는 스토리라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드래곤-She’s gone / 악몽 /
그XX / Window

지드래곤에게는 이른 바 ‘집착 시리즈’가 존재한다. 지드래곤의 솔로앨범에 실렸던 ‘She’s gone’, ‘악몽’, ‘그 XX’, ‘Window’ 네 곡이 그 집착 시리즈에 해당한다. 지드래곤은 미국의 저명한 잡지인 Complex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착 시리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자작곡을 만들 때엔 곡 안에 특정한 코드를 심게 된다. She’s gone, 그 XX, Obsession 등을 들어보면 모두 좀 호러 영화 같은 분위기가 깔려 있다. 그런 으스스함이 내가 작곡 도중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분위기다. 사랑, 집착, 누군가를 가지려고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