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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올해 8월 취업에 성공한 서모(30) 씨는 30년 간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서씨는 “군대를 다녀 온 기간을 제외하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며 “주위 자취하는 친구들을 보면 월세와 생활비 합쳐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깨지는 것 같은데 부모님에게 매달 드리는 생활비 30만원을 제외하면 월 70만원을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가끔 가족과 다툼을 하긴 하지만,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9~34세 청년들은 2명 중 1명꼴로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이란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는 등 부모에게 기대는 이들을 일컫는다. 청년들은 경제적 여건을 부모와 동거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캥거루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 27일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분석한 2000~2020 우리나라 청년세대 변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은 55.3%(532만1000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캥거루족 청년은 2000년 이후 5년 전인 2015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0년(46.2%) ▷2005년(49%) ▷2010년(51.2%) ▷2015년(58.4%)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특히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인 25~29세 청년은 35%로 2015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을 나이인 30~34세 청년은 19.4%였다. 대학 등 학업을 지속하는 19~24세는 45.7%로 가장 많았다.

올해 1월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 이모(28) 씨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쭉 부모님과 살고 있다”며 “적어도 지금 직장에서 경제적인 여유를 찾을 수 있는 3년차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 것 같다”고 했다.

취업한 지 2년 가량 된 조모(26) 씨 또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 조씨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혼자 살 때 너무 외로웠다. 가족들과 있으면 항상 따뜻하다”며 “가족과 함께 살고는 월에 50만원은 더 모을 수 있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어서 결혼 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살 것”이라고 답했다.

2020년 기준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세대 중 절반가량(53.6%)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업을 종료한 경우도 66.4%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열에 아홉(97.2%)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서 직장을 잡았다가 2020년부터 집 근처로 직장을 잡아 가족과 함께 살았다는 미혼인 우모(30) 씨는 “가족과 함께 살면서 월세와 관리비 포함해 한 달에 70~80만원 정도는 아낀 것 같다”며 “아플 때 혼자 있지 않아도 되고, 보살펴 줄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어서 결혼을 하거나 멀리 이직을 하지 않는 이상 굳이 자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지내는 부모들 또한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반응이다. 30살 아들, 28살 딸, 26살 아들 삼남매와 함께 살고 있는 이선영(57) 씨는 “나 또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분가를 했기 때문에 자녀들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같이 살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아이들을 책임지거나 지금까지 돌본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공동체 느낌으로 같이 산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업 기간도 길어지면서 부모가 도와주고, 지지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30살 딸, 28살 딸, 26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박영숙(58) 씨는 “직장생활을 해도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돈도 못 모으는데 함께 살면 월세라도 아낄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또 자식들이 나가서 혼자 살면 과로사나 극단적 선택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섭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녀가 커가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볼 수 있고, 가족끼리 추억이 더 생기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캥거루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부모에게도 노후준비가 필요한데, 자녀가 취업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자녀를 돌보며 부모의 경제력이 고갈된다면 가정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지금 부모세대가 70~80대가 되었을 때”라며 “경제력이 부족해지면 결국 자녀한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텐데, 이런 문제로 서로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서구적인 잣대로 자녀가 빨리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만 바라볼 게 아니라, 청년이 독립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가족 중심 문화라는 맥락을 고려해 부모-자식 간 어떤 관계를 맺을지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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