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언급한 금통위원이 발언을 철회했다”며 긴축적 상황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줄었고, 오히려 지금 금리로 오래 가면서 물가를 안정시켰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미국 통화 정책 근거가 약하다는 인식이 더 많이 자리를 잡았고 중동 전쟁도 예측하긴 어렵지만 지난 데이터를 보면 주변국의 많은 나라들이 중동전쟁을 확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해선 “7월에 (소비자물가가) 저점을 찍고 8~9월쯤 올라가다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농산물과 유가 때문에 일시적으로 튄 부분이 있다”며 “그다음 저희 전망은 다른 일이 없으면 더 높은 곳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평균 물가 수준은 높지만 (2%) 수렴 시기는 지난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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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한은이 금리인상을 마무리하고 고금리 장기화로 전환하는 것인가? 향후 3개월 이내에 추가 인상 필요하다고 말한 금통위원이 있었나.

▶개별 금통위원께서 향후 기준금리를 어떻게 말했는지 먼저 설명해야 될 것 같다. 금통위원 6명 모두 금리를 동결하고 그 수준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가 목표에 수렴하는지 여부 지켜보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추가 인상, 3.75%를 열어놓아야 하는지 논제에 대해서는 저를 제외한 2명이 물가 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고려할 때 기준금리 유지가 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4명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고 비용 상승 파급 효과의 지속성과 불확실성 남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기대가 과도하다면 조정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 커지는 것인가?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등에서도 조만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BIS(국제결제은행) 회의를 하거나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확실히 시장이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소통하는 문제가 있다.

-물가가 2%대까지 내렸다가 최근 3%대로 다시 반등했다. 지금 금리 수준이 여전히 긴축적이라고 보고 있나?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보면 올해 2%가 안되는데 내년 잠재성장률(2%) 회복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저성장 고착화 흐름인가.

▶시계를 넓혀 지난 1년 정도를 보면 그동안 저희가 금리를 300bp(1bp=0.01%포인트) 올린 상황에서 기준금리 뿐만 아니라 장단기 금리, 예금·대출 금리, 환율 수준 등 이런 금융 변수를 본다. 저희가 그것을 종합해 금융상황지수를 보는데, 작년보다도 오히려 요즘 더 시장 상황이 긴축적인 수준이다. 또 최근 저희가 자료를 점검해본 결과 소비 둔화되는 조짐이라든지, 부동산 가격이 조정된 것을 보면 저희 생각엔 지금 기준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이 됐고, 이것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계속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인플레 없이 되면 좋을 것이다. 제가 볼 때는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 이상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올해 성장률 1.4%로 낮은데 미국은 반대로 올해가 좋고 내년에 떨어지는 추세다. 우리는 올라가는 추세에게 있다. 물론 좀 더 높은 성장하고 싶은 인식을 이해하지만 국제적으로 봤을 때 나쁜 성장률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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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우리가 물가 목표 수렴 시기 빠를 것이라고 했었는데, 이 전망이 여전히 유효한지.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 수렴하는 수준에 언제 도달할지 궁금하다.

▶물가 수렴 시기는 조건부 예측이다. 저희 예측에 의하면 2% 초반이 되는 기간을 내년도 말이나 2025년 초반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 수렴을 2025년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 10월 물가상승률 3.8%보다 낮은데 왜 그런 것이냐고 하면 미국은 근원 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과 각 기관은 저희가 미국보다 더 빨리 (물가가)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데, 앞으로 데이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올 한해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하고 물가 전망치는 상향했는데 내년이 통화정책을 하기에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는지.

▶올 한 해 평가는 총재 임기가 끝난 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다. 현재도 전투 중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해결된 다음 나갈 때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다.

내년 물가가 높고, 금리도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보다는 금융 취약계층과 빚을 많이 낸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로는, 2% 성장률이 너무 낮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성장률이 낮아서 부양하고, 금리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냐고 물으시면 제 대답은 ‘아니다’다. 섣불리 부양하다 보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도 있다. 성장은 중장기 문제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지 통화·재정정책으로 할 문제는 아니다. 내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분들은 재정정책으로 타깃 해 도와줘야 하고, 부양책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시면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금통위원이 있었는데, 의견을 철회한 것인지.

▶해당 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말씀을 철회하신 게 맞다. 지난번에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도 있고 유가도 급등해 불확실성이 컸는데, 한 달 새 그러한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판단한다.

-추가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충분히 장기간 금리를 매파 기조로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금리를 현 상태로 가면 더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데, 금리를 올리면 장기간이 상당 기간으로 바뀔 수 있나?

▶저는 인플레이션을 바꾼 요인이 일시적인지, 전파 효과는 없는지 이런 것들에 따라서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금리를 더 올리면 (고금리가) 더 빨리 끝나고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저희들이 생각하는 물가 경로의 가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지금의 정책을 유지하고, 다만 금통위원 네 분께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충격이 있어 물가가 더 올라가게 되면 그때는 또 금리를 더 올려놓는 가능성도 올리는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된다 이런 말씀을 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한다는 문구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고 바꿨다. 상당 기간을 6개월 정도로 해석해왔는데,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진다는 의미인가.

▶상당 기간을 6개월로 해석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개월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이고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3분기 가계신용이 역대 최고 수준이고, 가계부채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효과가 무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는데.

▶가계부채 절대액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정부가 끝나고 해당 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또한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속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급격히 절대액을 줄이려고 하면 성장둔화, 금융 불안 등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성장률 전망치 질문. 시장에서는 올해 4분기 전망치 0.7% 나오기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3%으로 오히려 올렸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다른 기관에 비해 저희가 먼저 1.4%를 전망했기 때문에 다른 기관이 저희 직원들한테 참 정확하게 예측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은의 신뢰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수출 반등이 늦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를 보여서 다행스럽게 1.4%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OECD의 경우 저희의 교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저희보다 0.2%포인트 정도 높았다. 그래서 우리도 수출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차이점은 저희는 생각보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해서 누가 맞을 지는 봐야 한다. 지난 8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2%로 예측한것은 낙관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상·하방 요인이 다 있다. 수출이 잘된다고 하면 2.1%보다 높아져서 OECD 예상대로 될 수도 있다. 저는 사실 저희가 틀리더라도 수출이 잘 돼서 저희 성장률이 더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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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상황 평가가 분분하다. 총재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국 경제는 견해가 계속 바뀌엉왔는데, 최근 데이터가 잘나오고 시장이 연착륙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저는 미국이 홀로 너무 잘나가는 것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지표가 좋다. 작년엔 미국의 물가가 높아 미국 지표가 좋은 것이 곤혹스러웠지만, 올해는 미국 중앙은행이 인상을 종료하는 시점이 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오히려 요즘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이 우리 수출에 좋아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길 바라고 있다.

-내년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이후 가격이 조금 반등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우려는 많이 줄었는데, 높은 금리로 인한 부담은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PF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작은 기관, 건설사 등에서 고금리 지속으로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주단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큰 문제 없이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데 금융안정 영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들여다보며 조사하고 있다. 금융안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권과 소비자 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기 자본시장이나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다.

-한은 총재가 매 주말 정부 금융 기관장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한은이 정부에 동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이 정부를 만나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는 왜 생각하지 않나. 한은은 지금까지 좋은 보고서 등을 통해 정부에 많은 정보를 주기도 했고, 금통위 결정은 독립적으로 했다. 정부에도 한은 총재를 만나 독립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물어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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