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국가과학수사관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성)=김용재·박지영 기자] “안타까운 마음에 현장이라도 한번 보려고 왔는데 못 뵙고 가네요, 멀리서 지켜보기라도 해야죠.”

30일 오전 칠장사 인근에서 만난 A(70)씨는 경찰 폴리스라인 때문에 화재 현장에 좀더 다가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칠장사 인근은 입구부터 경찰, 취재진, 인근 주민 등으로 가득했다. 현장에서 만난 신도와 스님 등의 말을 종합하면 칠장사는 평소에도 신도들이 많지 않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에 거처하는 인원은 평균 3~4명 가량이고 신도들의 왕래도 많지 않은 절이라고 했다.

칠장사 정문에서 만난 한 신도 B(41)씨는 “내가 모시고 따르던 스님이 이렇게 떠나셨다니 마음이 너무나 허망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어디 말도 안하고 바로 차타고 왔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칠장사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경찰의 통제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가 있는 곳으로의 출입이 막힌 상태였으나, 돌아서 들어가면 불에 타 소실된 요사채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요사채는 일부 잔해만 남긴 채 모두 소실된 상태였다.

자승스님이 입적한 칠장사로 들어가는 길에 30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 김용재 기자

불이 난 요사채는 종무소 등이 있는 사찰 법당과는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다만 요사채 주변 법당 건물에는 화재의 흔적이 없었다. 자승스님은 전소된 요사채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또 칠장사에 주차된 자승스님의 차량에서는 자승스님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 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은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 약식 결과를 공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 안성경찰서,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불이난 요사채 건물에 자승스님 외 별도의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경기남부청은 “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 자승스님 외에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칫값,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 중”이라며 “차량 내에서 2페이지 분량의 메모가 발견됐으며, 진위에 대해 필적 감정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공지는 타살 가능성 등 각종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확산함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국가과학수사관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조계종 내의 대표적인 행정승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두루 거친 후 총무원장을 지내며 개혁종단 설립 후 불교계 하나로 묶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을 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 밝혔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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