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아이메시지 메시지창(왼쪽)과 SMS/MMS 메시지 창. [애플 공식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애플이 내년부터 차세대(3세대) 문자 규격인 ‘RCS’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안드로이드와 차별화된 ‘아이메시지’(iMessage) 또한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또래 문화가 중요한 10대들에게 대화창 색깔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까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메시지 표준인 RCS에 대한 지원을 추가할 계획이다.

RCS는 GSMA와 구글이 만든 3세대 문자 규격이다. 기존 단문문자서비스(SMS), 멀티미디어문자서비스(MMS)와 비교해 문자와 저용량 파일을 무료로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 간 그룹 채팅, 대용량 파일 전송, 선물하기, 송금하기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사실상 별도 설치가 필요없는 ‘카카오톡’인 셈이다. 삼성전자, 구글 등 안드로이드폰 진영에서는 RCS를 기본 메시지로 채택해 적극 활용해왔다.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반면 애플은 그간 자체적으로 만든 아이메시지를 기본 앱으로 활용하되,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에만 2세대 RCS를 지원했다. 이에 이미지 전송 시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발생하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아이메시지에만 인터넷 망을 활용하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와 나누는 대화에는 이동통신사 통신망을 사용하도록 하는 차이도 불만이 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애플이 아이메시지의 메시지 창을 파란색 말풍선으로 표현해, 아이폰-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사용자간 오가는 메시지 창(초록색 말풍선)과 구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끼리 아이메시지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 파란색 대화창을,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메시지를 나누면 녹색 대화창을 띄우고 있다. 이에 아이폰 사용자는 상대방이 아이폰을 쓰는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반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상대가 아이폰을 쓰는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지 색깔로 구분할 수 없다.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5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러다보니 또래 문화가 중요한 미국, 한국 등 일부 국가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따돌림 같은 차별을 조장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에 애플이 ‘차별화’를 앞세워 ‘차별’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IT매체 더 버지는 “이런 차별은 미국 청소년에게 아이폰을 사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배척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그룹 채팅을 할 때 녹색 대화상자가 뜨는 건 사회적으로 실례가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안드로이드 폰의 초록 말풍선은 아이폰을 가진 아이들에게 조롱·왕따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으며, 사이버 폭력의 한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것”이라며 “심지어 성인 간 단체 채팅에서도 초록 말풍선이 사적으로 서로를 비웃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은 RCS를 도입하더라도 말풍선 차별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RCS를 채택한 메시징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과 별개로 아이메시지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RCS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개인정보보호에 용이한 플랫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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