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예약 대기 상황 캡처. /사진=독자 제공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예약 대기 상황 캡처. /사진=독자 제공

#. 11일 오전 9시18분, 워킹맘 정모씨는 3주째 감기를 달고 있는 6살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집근처 ○○소아과 예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기인원은 벌써 71명. 평일 오전인데도 이 정도다. 아이 진료를 보고 서둘러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하는 정씨는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환절기 독감이 유행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소아청소년과 병원 예약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아과 병원이 안그래도 부족한데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폐과 선언까지 하면서 부모들 걱정만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병원 예약을 위해 ‘똑닥’이라는 앱(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부모가 늘었다. 이 앱을 이용하면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 접수와 실시간 대기인원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기를 위해선 ‘소아과 티켓팅’에 성공해야 한다.

4살 된 딸을 키우는 황모씨(31)는 “요새 아픈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오전 9시에 동네 소아과 예약이 열렸는데 5분 후에 예약이 마감되더라”며 “특히 주말에는 대기인원 100명은 그냥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부모들 사이 ‘티켓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 앱에 등록되지 않은 소아과의 경우 아침일찍 줄을 서야 그날 진료가 가능하다. 3살 된 딸을 키우는 문모씨(32)는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아과는 ‘똑닥’으로 예약이 안 돼 병원 ‘오픈런’을 해야 한다”며 “얼마전 오전 9시에 여는 병원 앞에 오전 8시20분쯤 도착했는데도 대기 순서가 3번째였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어 “아이가 감기에 한번 걸리면 서너번은 병원에 가야 하는데 매번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 문앞에서 수십분 대기해야 해 부모도 아이도 고생”이라며 “맞벌이라 병원에 사람이 많을 때는 급히 오전 반차를 내거나 아이 조부모님한테 연락해야 해 곤란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소아부터 성인까지 모두 진료하는 일반 가정의학과도 있지만 부모들의 발길은 소아과로 향한다. 유아는 본인 증상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를 치료한 경험이 많은 소아과 전문의 경험이 필요해서다.

정씨는 “소아는 단순 감기도 오래 이어지면 폐렴이나 축농증으로 확대될 수 있어 아이를 잘 보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며 “소아는 성인과 약 처방이 다르고 그동안 어떤 약을 먹고 좋아졌는지 등을 살펴야 해 부모들은 소아과를 한 번 정하면 잘 안 바꾼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들의 불편이 커진 것은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줄어드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달 말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할 정도로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들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출산율이 급전직하하는 데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진료가 대부분인데 반해 다른 진료과는 비급여 시장 활성화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정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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