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시
고민시/제공=NEW

“데뷔 초 때부터 생각했던 것은 작은 역할이라도 작품에 참여할 무언가가 명확하게 있으면 무조건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 마음은 지금 그대로인 것 같아요.”

배우 고민시가 영화 ‘밀수’에서 김혜수, 염정아와 연기 포텐을 제대로 터트린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2021)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김혜수와 염정아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 투톱 영화다.

고민시는 극중 다방 마담 고옥분 역을 맡았다. 옥분은 군천시의 정보통 역을 맡아 밀수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로 활약한다. 옥분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갈매기 눈썹에 짙은 메이크업, 화려한 수가 돋보이는 한복 차림에 능청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반응도 뜨겁다.

“많은분들께서 사랑을 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 그 사랑을 되돌려드릴 수 있게, 최대한 열심히 많은 추억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 얼굴을 보고 많이 웃어주시더라고요. 제가 제 얼굴을 봤을 때 ‘별로 안 웃긴데 괜찮을까’ 싶었는데 반응이 그래도 좋아서 다행이고 신기해서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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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영화 ‘마녀’에서 고민시가 삶은 계란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이번 옥분이 역할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옥분의 이름도 ‘고민시’의 성을 딴 ‘고옥분’이다.

“안 그래도 제가 류 감독님께 ‘저를 왜 캐스팅 하셨어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마녀’때 삶은 계란을 먹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함께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담 역할이라고 해서 ‘조금 더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어린 느낌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당시에는 어린 나이부터 일을 했던 시대라 실제 20대 초반에 마담을 했던 일들이 많았다고 말씀해셔서 확실하게 어떤 포지션을 잡으면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고민시가 옥분을 표현함에 있어 강조 한 것은 추잡스럽고 상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는 옥분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기 위한 류 감독의 요청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옥분이 마담이 됐을 때 자리에 앉아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치아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추잡스럽게 봐달라면서 직접 연기를 선보여주셨죠. 열심히 따라 했더니 감독님이 너무 좋아해 주셨고, 껌도 야무지게 씹었어요. 그 표현을 듣고 옥분의 캐릭터가 100, 150% 와닿았고 어떤 느낌을 원하시는지 알겠다 싶어 더 빨리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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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분의 모습을 보면 ‘갈매기 눈썹’이 인상적이다. 고민시 역시 갈매기 눈썹이 충격적이었지만 적응이 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류 감독님이 테스트 촬영하러 갔는데 ‘갈매기 눈썹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셔서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막상 분장을 받고 거울을 보니 멍해지더라고요. 구레나룻도 머리를 잘라 붙였죠. 특히 한복을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류 감독님이 원하는 재질과 무늬 등이 있어서 의상팀이 고르는데 오래 걸렸죠. 다른 작품에서 치아가 변색되는 분장도 해보고 얼굴을 노랗게 하는 분장도 했는데 이번 옥분의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라 ㅤㅈㅓㄲ응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이라 오히려 집중이 안 되면 어떡하지?’했는데 감독님,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좋아해 주시니 어느 순간 이 분장이 저의 자신감이 되었고 당당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줬어요.”

때문에 옥분이로 지내는 현장은 즐거웠다.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박경혜·박준면 등 밀수 팀과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했고, 대 선배들의 연기를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류 감독님의 현장은 패밀리십이 좋은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선배들과 배우들이 왜 또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지 크게 느꼈어요. 사실 해녀 언니들과 다 같이 촬영하는 많이 없어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죠. 그래서 ‘못 어울리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촬영에 들어갔는데 정말 잘 챙겨주시고 한 팀처럼 움직였어요. 쉬는 날에는 당시 개봉했던 ‘발신제한’도 다 같이 보러 가고 비오는 날 우비 입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녀 하루에 여섯끼 씩 먹었던 것 같아요. 염정아 선배 방에 모여 김혜수 선배의 ‘열한번 째 엄마’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소소한 추억들, 인생 이야기도 나눴죠. 그렇게 팀 분위기가 좋을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 덕분이고 선배들이 후배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느껴지니 저희도 더 애교도 부리고 사랑받으려고 했죠. 그렇게 사랑을 해주시는데 어떤 후배가 더 사랑을 받고 싶지 않겠나. 그런 마음들이 하나 둘 생기다 보니 끈끈해졌고 선배들이 막내라고 유독 더 챙겨주셨어요. 정말 ‘밀수’는 놓치고 싶지 않은 팀이에요. ‘밀수’가 제발 잘 돼 ‘밀수2’를 촬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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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데뷔한 고민시는 지금까지도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다.

“데뷔 초에는 그때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어요. 좋은 일이 있으면 너무 좋아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지금은 평정심을 찾으려고 해요. 너무 좋아도 딱 그 정도까지, 슬퍼도 딱 그 슬픔까지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작품은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고, 작은 역할이라도 그 작품에 참여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무조건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있어요. 주연이든 조연, 단역이든 상관없이 저의 연기가 필요하다면 힘을 보탤 수 있는, 준비는 그때도 지금도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배우’ 아닌 ‘인간’ 고민시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는 쉬는 걸 잘 못해요. 예전에 작품 들어가기 전에 3개월 정도 쉬었는데 데뷔하고 나서 처음 길게 쉰 순간이었죠.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저 스스로가 너무 쓸모없는 느낌이 들어 빨리 일하고 싶고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힘들구나 싶었죠. 혹시라도 감이 떨어질까 봐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 (김)혜수 선배가 스스로 계속 채찍질을 하면 연기적으로나 작품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본인의 컨디션을 돌봐줘야 한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이제는 인간 고민시의 삶을 잘 돌볼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한편으로 언제 또 이렇게 열정 태우겠나 싶기도 하고 후회 없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스스로를 잘 돌봐가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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