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유명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 [AP=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노르웨이의 유명 산악인이 기록 달성을 위해 죽어가는 짐꾼을 무시하고 등반을 이어갔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 산악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11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는 ‘라마’라는 이름의 네팔 출신 산악 등반 안내인(셰르파)와 함께 최단기간 높이 8000m 이상의 산 14개를 올랐다. 이들이 세운 신기록은 3개월 하루였다.

하지만 이들이 등반 도중 수직 절벽에서 떨어져 거꾸로 밧줄에 매달려있다가 결국 숨진 파키스탄인 짐꾼을 발견했는데도 구조하지 않고 지나쳤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의 장면은 당시 K2에 오른 오스트리아 산악인 빌헬름 슈타인틀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에 담겼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살아있는 짐꾼을 넘어 정상 등정을 이어가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슈타인틀은 오스트리아 매체 ‘더 스탠더드’에 “K2에 오르다가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후 현장을 드론으로 찍은 영상을 봤다”며 “한 남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등반가들은 그를 지나쳐 계속 산에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고 했다.

촬영감독은 “약 50명이 지나는 동안 짐꾼은 살아있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지나쳐가는 중 한 명이 이 사람을 치료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장에 있는 셰르파 등 조처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지만 구조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신기록 달성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이 버려졌다”며 “수치스럽다”고도 했다.

갈수록 험악해지기 쉬운 히말라야 등 높은 산에서는 보통 숙련된 짐꾼이 원정대의 짐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이번 일로 숨진 짐꾼의 이름은 모하마드 하산이었다. 하릴라의 일행은 아니었다.

하릴라는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CNN에 “그가 떨어졌을 때 우리가 그곳에 있었던 건 맞다”며 “(하지만)실제로 그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하산이 밧줄에 매달려있는 것을 보고 몇 시간이나 그를 구하려고 했다”며 “이 사고는 영상이 촬영되기 몇 시간 전에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지점은 매우 좁은 길이었다”며 “(구조 작업 끝에)눈사태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나머지 팀원들을 체크하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릴라는 일행의 촬영 기사가 이후에도 남아 하산에게 산소와 물을 줬다고도 했다.

하릴라는 이후에도 자기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하산은 오리털 점퍼를 입지 않았다. 복부가 눈과 바람, 저온에 노출돼 매우 위험했던 상황”이라며 “병목 지점에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구조 과정에서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에 남은 사람들 수를 생각하면 하산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야 당시 일어난 일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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