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간상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서울 도심의 공원 인근에서 대낮 시간에 30대 남성이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시민들 사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묻지마 흉기난동 등 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이 치안 강화에 나섰음에도 치안 사각지대에서 범죄가 잇따르면서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날 강간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최씨를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전날 오전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인근의 산 중턱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다, 피해자 비명을 들은 시민 신고로 12시1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너클을 양손에 착용하고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장소에 대해선 “그곳(공원)을 자주 다녀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관악구 내 범행 장소는 공원 진입로로부터 도보로 약 20분가량 떨어진 산 중턱 둘레길 안쪽으로, 일대에 설치된 CCTV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악구에 따르면 7만6000m² 크기에 이르는 이 공원 내 야외 CCTV는 총 8개 뿐이다. 야외 CCTV를 제외하고는 공영주차장 등 실내에 24개가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경찰도 범행 당시 최씨가 다른 피해자도 물색했는지 등 상황 파악에 난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진입로 근처 등 CCTV가 있는 곳을 위주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원은 평소 범죄 발생이 잦은 지역이 아니라 치안이 집중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과 지자체 등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 공원에서 접수된 112 신고는 (중복 제외) 4건으로, 이번에 발생한 성폭행과 유사한 범죄 관련 신고는 없었다. 지자체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범행 장소가 야산이라 출입을 따로 통제할 수도 없다”며 “공원 산행 시 일행과 함께 다니라는 권고를 담은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간상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진입로. 박혜원 기자

지난달부터 서울 관악구와 경기 분당구 등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고 있는 와중 재차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도 커졌다. 신림동 공원 인근에서 만난 주민 박모(45)씨는 “안 좋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니 치안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여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도 아니라 경찰을 많이 본 적도 없다”며 “경찰이 모든 길목을 지키고 서있을 수도 없는 건데 어디든지 사각지대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편 경찰이 전날 최씨를 상대로 진행한 음주측정과 간이시약 결과에 따르면 범행 당시 최씨는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최씨 주거지 PC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날 중 구속영장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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