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첫 추석을 앞두고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벌써 연휴 기간 열차 암표가 수십건 이상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명절 기간 기차표 예약 부도, 일명 ‘노쇼’ 비율 또한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기차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표를 구하지 못하거나 웃돈을 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암표 거래 활황…웃돈 거래는 ‘불법’= 지난달 29~31일 추석 기차표 예매가 끝난 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웃돈을 붙여 파는 암표 매매 글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3일에도 ‘기차표’, ‘KTX’ 등을 검색하자 기차표를 거래하는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나라엔 20여건, 번개장터엔 20여건, 당근마켓엔 10여건이 각각 올라와 있는데, 거래가 완료되면 글을 내릴 수 있어 실제 거래 글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가에 양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판매자는 9월27일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가는 KTX 기차표를 7만원에 올렸다. 이 구간의 운임은 일반실 기준 4만6800원으로, 2만원 넘게 웃돈을 붙였다. 또 다른 판매자는 10월1일 부산 구포역에서 서울역으로 올라오는 KTX 표를 일반 운임보다 3만5000원 더 비싼 14만원에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판매가를 ‘9999원’, ‘2만2222원’, ‘1111원’ 등 터무니없이 올리고 개별 협상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암표 판매를 위해 열차 예매에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인터넷 앱스토어에는 기차표 구매 시 사용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는데, 이를 내려받은 인원만 3만명에 달했다.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암표 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는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 대해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특히 기차표의 경우 철도사업법에 따라 승차권을 상습 또는 영업 목적으로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승차권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량 구매 후 반환 등 비정상적 구매 이력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접속 내역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며 “주요 온라인 사이트의 부정 판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강력히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들도 특정 키워드와 패턴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판매 글을 모니터링하고 현행법상 판매 금지 및 제한되는 품목의 거래를 차단 및 제한하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 관계자는 “열차 승차권은 철도사업법에 근거해 부정 판매 및 양도할 수 없기에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며 “올바른 승차권 이용환경 조성과 승차권 부정거래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이뤄지는 거래를 모두 잡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명절마다 10%는 임박해서 ‘취소’= 암표뿐만 아니라 기차 출발 시간에 임박해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승차권을 예매했다가 출발 3시간 전~출발 이후 취소·반환된 표는 38만4041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발매매수(385만5366장)의 10%에 해당한다. 올해 설 연휴에도 전체 발매매수인 375만4630장 중 36만779장(9.6%)이 반환됐다. 끝내 재판매되지 못하고 불용 처리된 표도 지난해 추석 17만4653장, 올해 설 18만5673장으로 집계됐다.

어렵게 표를 예매하고도 취소가 이어지는 데에는 예약부터 하고 보는 허수 예매가 많고, 암표 판매로 차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소 수수료가 낮은 편이라 취소에 부담이 적은 것도 한몫한다. 코레일의 환불 정책상 금~일요일, 공휴일 기준 예약된 기차표를 당일 취소할 경우 운임의 5% 수수료가 부과되며, 출발 3시간 직전의 경우 10%를 물게 된다. 출발 후 20분까지도 15%만 부과된다. 일본의 대표적 고속열차인 신칸센이 티켓을 수령한 뒤 환불할 경우 표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무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실제 열차 이용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암표 거래와 취소표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차표를 못 구해서 고향에 가는 것을 미리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정부에서 암표 거래에 대한 단속·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암표는 시장 경제를 혼란에 빠트린다는 점에서 금전적 손실 이상으로 시장경제논리를 파괴하는 중한 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암표를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처벌 강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