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14일차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본청 앞에 있던 단식 현장을 본청 안 당 대표실로 옮겼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정치권 현안이 묻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의 단식 장기화로 인해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야당의 공세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에 대한 당 차원의 문제제기가 이 대표의 단식으로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단식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의료진과 지도부를 포함한 당내 많은 인사들이 건강을 우려해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 대표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30일을 시작으로 현재 1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의 결기가 장기화될수록 민주당이 제기하는 이슈의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 7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불거진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법(특검법)을 발의했다. 이에 더해 이 대표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이 곧장 사의를 표명하고 정부가 개각을 발표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도 “탄핵 추진의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 “공세에 힘이 빠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슈 부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국제 여론전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원내에서의 대응 법안 추진 등 정책적인 대안 제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종점 변경에 대한 공세에서도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정부여당에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여야 간 공방이 길어져 이슈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고,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수그러들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제성 분석도 없는 노선 변경,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숱한 특혜 의혹은 국정조사가 답”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조사 거부’가 곧 ‘대통령 처가 카르텔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조속히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거듭 국정조사를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 단식의 장기화에 따른 야당으로서의 정치 동력 상실 우려가 제기된다. 정기국회가 열린 뒤 2주의 시간이 흘렀지만 모든 관심이 이 대표의 단식과 검찰수사에 쏠리고 있어서다. 민주당 초선의원은 “매일 이 대표의 단식만이 뉴스에 오르고 있다”며 “야당 의원으로서 법안 발의나 정책적인 디베이트가 전혀 부각되지 못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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