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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진심과 다르게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됐다며 대학교수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총장의 권유가 있긴 했지만 사직서를 작성하고 제출한 것 자체는 스스로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 성경희)는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지난달 3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던 A씨는 2021년 12월 ‘C교수가 법인 이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학과 일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총장 등에게 전달했고, 그로 인해 학과 내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2월 일신상 사유를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고, 학교법인은 같은 해 7월 의원면직 처분했다. 하지만 A씨는 몇 달 뒤 실질적으로 해고됐고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총장 요구에 따라 이사장의 화를 풀기 위해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총장과 이사장 모두 이를 잘 알고 있었는데도 의원면직 처분을 한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해고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민법은 의사표시의 경우 진의가 아니란 걸 알고서 한 것이라도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진의가 아니란 걸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무효로 한다.

A씨는 또 사직서 제출 후 법인 사무국에 전화해 사직서를 처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등 의원면직 처분 전에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고도 주장했다. 설령 사직 의사표시를 했다고 인정되더라도 법인 측이 상당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고용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됐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함께 복직하는 날까지 매달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총장의 권유를 받은 것을 넘어 사직 의사가 전혀 없는 A씨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퇴직 의사표시를 하게 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강요나 협박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총장이 A씨에게 사직서가 제출되면 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렸고, 이에 대해 A씨는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와 관련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또 사직서에 ‘일신상의 사유’를 이유로 사직한다는 취지만 기재됐을 뿐 어떠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총장의 권유가 있기는 했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사직서를 작성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해 스스로 의사에 기해 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의 사직 의사 철회 주장에 대해서도 “법인의 승낙 의사가 형성되기 이전에 A씨가 법인에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근로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사직 의사표시를 수락한 처분은 유효하고 이로써 A씨와 법인 사이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됐다”며 “의원면직 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A씨의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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