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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일본에서는 급여화 돼 이민을 고려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병 치료 때문에 이민까지 고려한다. 희귀병 중에서도 극희귀병으로 불리는 ‘크라이오피린 연관 주기 (발열) 증후군(CAPS)’ 때문이다. 국내에서 약 50명이 투병중으로 알려진 CAPS는 전 세계적으로도 ‘36만~100만명 중 1명’이 발병할 정도로 희귀하다.

약값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일라리스주는 주사 한방에 무려 약 1300만원. 연간으로 따지면 1억5600만원이다. 이마저도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해당 제약사는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들여올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약값이든, 국내 유통이든 관건은 일라리스주의 급여화다.

노바티스의 일라리스주. [약학정보원 캡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APS는 가족성 한랭 자가염증증후군(FCAS), 머클-웰 증후군(MWS), 신생아 발생 다기관 염증질환(NOMID),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 등으로 나뉜다.

CAPS는 발열, 발진, 결막염 등 경증부터 청력 장애, 무균성 뇌수막염, 만성적인 신경유두부종 등 중증에 이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키너렛주(아나킨라), 일라리스주(카나키누맙) 등이 있다.

키너렛주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되는데 절차가 복잡할뿐더러 1일 1회 환자 체중에 맞춰진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주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이 상당하다. 주사제를 냉장 보관해야 하고, 보호자 혹은 환자가 직접 주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염 위험도 있다. 비용은 한 달에 약 200만원이다.

B씨가 공개한 아내의 진단서. [B씨 제공]

이 때문에 CAPS 환자와 가족들은 일라리스주의 급여 등재를 바라고 있다. 키너렛주 사용 후 부작용에 시달린 B씨 아내와 같은 경우에는 남은 선택지가 일라리스주 밖에 없다. 더욱이 8주당에 1회만 맞으면 된다는 편의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다. 주사 한방에 약 1300만원이라는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국내에 들어올 일이 없어서다. 노바티스에 따르면 임상시험까지 포함해 일라리스주의 국내 투약 사례는 전무하다.

현재 일라리스주는 지난 2009년 미국 FDA 최초 허가 이후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캐나다, 일본 등 국가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A씨처럼 아이 치료를 위해 해외 이민을 고려한다는 이야기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이와 관련 노바티스는 지난 4월 세 번째로 일라리스주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라리스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 소득에 따라 상이하지만, 본인부담금상한제가 적용돼 연간 최대 780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CAPS를 앓고 있는 아내를 둔 B씨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에 많이 울었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힘으로는 감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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