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죽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이 법적 해석이 이태원 참사에도 적용될까.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여부 조사가 참사 1주기가 다 돼가도록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로 숨진 희생자, 즉 망인(亡人)의 이름이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인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려서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작년 11월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뒤로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이 법조문대로라면 희생자 이름을 개인정보로 보기가 쉽지 않지만, 단순히 법조문대로 해석할 내용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침해받을 경우 유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사망자의 개인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나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과거 다른 참사들과는 다르게 정부는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영정과 위패도 없이 분향소를 차렸다”며 “이태원에 간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동의없이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

법조계에서도 망인의 이름이 개인정보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초상권조차도 산 사람만 인정이 되는데 죽은 사람의 개인정보 권리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유족에게 영향을 주는 특별한 경우에만 이를 제한적으로 확대해석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 살아있는 유족에 미친 영향을 입증해야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보호 대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관건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권 유무”라며 “따질 사안은 비교적 단순한데 이에 대한 판례나 선례가 없는 탓에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아울러 민들레가 희생자 이름 삭제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이나 사진을 요구했던 일이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당시 민들레는 유족이라고 밝힌 이들이 희생자 명단 삭제를 요청해오자, 유족을 사칭할 수도 있다며 신분증 사본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민들레의) 주민등록번호 요구 절차가 관련법에 근거해 적절했는지 여부도 따져보고 있다”며 “단순히 사망자 명단만 입수한 건지, 다른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없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민들레의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나 과징금 처분 등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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