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이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전면 지상전 태세를 완료했다. 국제사회는 대규모 침공에 따라 중동 정세가 혼란에 빠지고 가자지구 민간인의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할 것이라며 신중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군(IDF)은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밤 사이 탱크와 보병을 동원해 하마스 대원들과 이들의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벌인 후 철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지상 작전으로, IDF는 “다음 전투단계를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피습 직후 하마스 궤멸을 선언하고 예비군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접경지역에 수십만 병력을 집결하면서 지상전을 거듭 예고해 왔다.

지난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듭 지상전 계획을 밝혔다.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는 좁은 면적에 220만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며, 하마스는 총연장 500㎞에 달하는 지하터널(땅굴)을 촘촘이 짜놓고 몸을 숨긴 채 지상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사상자 급증과 전쟁 장기화, 중동지역의 일대 혼란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신중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등은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면서도 공격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그 이후의 전략이 더 중요한 만큼 시간을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는 지속해서 표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특히 미국은 중동 일대 미군의 안보 차원에서 더욱 중동 정세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열흘 사이 이라크와 시리아, 홍해 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17차례 발생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식량과 식수 부족에 고통받고 있고, 병원을 운영할 연료가 소진된 만큼 긴급 구호와 주민 대피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지상전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전장에서의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중지”를 언급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이날 인도주의 통로 마련과 군사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로서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하마스가 미국인과 이스라엘인 등 인질 4명을 풀어준 이후 인질은 약 220명으로 땅굴 등 가자지구 깊은 곳에 분산돼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철저한 준비 없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이스라엘군에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고 인질의 목숨마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하마스 기습으로 1천400명 이스라엘인이 살해된 이후 여론이 격앙돼 있어 지상전 투입을 무작정 늦추기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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