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실적 부진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시설 투자를 역대 최대 규모로 이어간다.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악조건에도 기술 선도를 위한 투자에는 고삐를 당긴다.

29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R&D·시설 모두 종전 최대 투자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역대 연간 최대 투자는 지난해 R&D 24조9200억원, 시설 53조1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수준인 R&D 13조8000억원과 시설 25조30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1, 2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1조원을 밑돌았지만 R&D·시설 투자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R&D 투자는 1분기 6조5800억원에서 2분기 7조2000억원으로, 시설 투자는 같은 기간 10조7000억원에서 14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올해 최대 투자기록 경신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 4분기 투자 규모도 지금과 같은 수준이거나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향후 20년간 300조원 △향후 10년간 비 수도권에 60조원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4조원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가 올해 4분기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취임 1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도 투자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19일 반도체사업장이 있는 기흥·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초격차’를 위한 혁신을 주문했다. 배석한 최고경영진에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에는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고 선단공정 개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 배경이 있다. R&D 단계부터 선제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투자 후 양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실적 부진을 이유로 투자를 늦추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시설 투자는 파운드리 비중을 키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시설투자는 25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투자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증가액 대부분이 파운드리 반도체에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지원 강화도 긍정적이다. 이 회장이 기흥·화성캠퍼스를 방문한 날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산업 후속 지원 방안 등이 담긴 ‘국가 첨단산업 육성정책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반도체 시장 업황이 내년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 지금까지 실적에 상관없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이어왔다”라며 “반도체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투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은 하반기 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 그룹 차원의 20개 관계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나섰다. 삼성은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뜻에 따라 채용 규모를 확대해오고 있다.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 수는 2018년 12월 10만3011명에서 올해 6월 12만4070명 규모로 늘었다.

삼성전자 시설 및 R&D 투자 동향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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