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육체·정신 노동강도 높아'…법원, 업무상재해 인정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법원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병원 물리치료사의 죽음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사망한 물리치료사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0년 7월 한 병원에 입사해 10년간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을 담당해오다 42세이던 지난 2020년 8월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고혈압 등으로 인해 흉부 대동맥의 벽이 찢어져 파열되는 ‘흉대동맥 박리’였다.

유족은 A 씨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A 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A씨에게 고혈압이 있었다 하더라도 업무 부담 등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 씨의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46시간으로 뇌혈관·심장 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고시에 규정된 과로 기준에 미치지는 않지만, 환자 수에 따라 수입이 느는 인센티브 제도 등을 고려하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업무시간을 초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환자를 일대일로 대면해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 도수치료 업무 특성상 육체적·감정적 노동 강도가 높은 점과 A 씨가 당시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아 큰 정신적 부담을 느꼈던 점도 질병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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