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에서 유가족이 추모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 입구에 선 ‘추모의 벽’은 추모객들과 이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음료, 과자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10·29’라는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들은 벽을 빼곡히 메웠고, 바람에 꽃이 날리듯 나부꼈다.

사고 장소였던 골목 앞은 이날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한 외국인 가족 4명은 참사 희생자인 가족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조용하게 추모행사를 기다렸다. 해밀톤호텔 전광판에는 ‘10·29 핼러윈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흘렀다.

골목 중간 편의점 앞에 앉아 추모행사를 기다리던 한 유족은 끝내 슬픔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보라색 재킷을 맞춰 입은 유족들은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시민들을 보며 흐느끼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후중(45)씨는 열한 살짜리 쌍둥이 딸들과 아내를 데리고 참사 현장에 들렀다.김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가 질서 선진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부 통제가 제대로 안 돼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져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한 서울 성북구에 사는 채유빈(26)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족분들을 도와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루 빨리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이 마무리돼서 유족분들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에서 유가족이 땅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다. [연합]

오후 2시부터는 4대 종단 기도회로 추모대회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유족 10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이 참석한 기도회에서는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순으로 각 종단 인사들이 나와 10여분씩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의 넋을 위로했다.

기도회가 끝난 뒤 유족과 참석자들은 추모의 벽에 헌화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역 5번 출구까지 행진했다.

유족들은 이곳에서 오후 5시께 본 추모대회를 열고 참사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후속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지도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한다.

이날 기도회에 앞서 명동대성당에서도 추모미사가 열렸다. 교구 사제단과 이날 미사를 공동집전한 유경촌 주교는 “유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면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그만 슬퍼해도 될 만큼 관계 당국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가족들의 손을 함께 잡아준다면 유가족들이 슬픔을 안고서라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유연주 씨의 아버지 유형우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참사가, 저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며 “진상 규명 및 희생자 영혼의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시민추모대회 사전행사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에서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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