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사실상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통한 대규모 작전을 앞두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고 나오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하마스를 막후에서 지원 중인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이스라엘 대(對) 이슬람 ‘시아파 벨트’ 간의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선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 현실화와, 이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발(發) 증시 하방 압력 가능성 등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상황이다.

“가자 주민 이동, 매우 긴급한 요구” vs “시오니스트, 레드라인 넘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 주민들에게 임시로 남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그들 개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오늘 우리는 이것이 매우 긴급한 요구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IDF가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가자지구에서 지상군 투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최후통첩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앞서 하마스와 ‘전쟁 2단계’에 돌입했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상전이 개시했음을 선언했다. 가자지구 북부지역 일부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땅굴 등에서 나온 하마스 대원들과 교전을 벌이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대응해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메시지 역시 수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과 민병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 소위 ‘이란의 대리세력’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 유가 3% 가까이 상승…“호르무즈 폐쇄 시 베럴당 250弗”

그동안 미국 월가와 국내 증권가 등 글로벌 전문가들은 이란의 참전 여부가 ‘중동 전쟁’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이며,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에 미칠 파급력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수차례 지적해온 바 있다. 이유는 바로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폭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지상전이 격화될 조짐에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2.8% 상승한 85.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도 2.9% 오른 배럴당 90.4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약 2%, WTI는 약 4% 하락했는데 이날 전쟁이 격화되면서 하루만에 크게 반등한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놓고 국제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에 대해 제기하는 전문가들 역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시릴 비더쇼벤 힐 타워 리소스어드바이저의 수석 연구원은 28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원유 수요가 늘어난 데 비해 공급이 경색되고 있어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11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분쟁이 새로운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보고서 발표회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 노트에서 이번 전쟁이 이란이 연관된 갈등으로 격화하면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만약 이들 무장세력이 석유 인프라를 공격해 석유 공급이 하루 200만배럴 줄어들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세계 핵심 석유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하루 평균 약 1700만배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BoA는 “매일 17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유가는 2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韓 증시, 중동 이슈+美 FOMC+주요 경제지표에 관망 심리 클 것”

국제 유가 폭등은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하고 각국 경제 성장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동 전쟁발 고유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는 더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기업과 가계, 정부 모두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각국 증시에 대한 하방 압력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오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 동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 연준이 12월 FOMC에선 인플레이션 압박을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현상 심화로 전 세계 주요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약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증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보다는 미 장기 국채 금리 고공 행진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하지만,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와 이란의 개입이 본격화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투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0일 코스피 지수가 0.5~0.8% 내외로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와 더불어 미 FOMC, 한국 9월 수출, 미국 ISM제조업지수와 고용보고서 등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관망 심리가 클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부담, 3분기 실적시즌 실망감, 중동발 전쟁 불안 등 매크로, 실적, 지정학 측면에서 악재 일변도에 놓여있는 듯한 분위기”라며 “한국,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중장기 지지선을 모두 하향 이탈하면서 추세 붕괴 불안이 점증, 투자자들의 패닉셀릭 동참을 만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코스피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BR)은 0.8배로 역사적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점과 한 주를 지나는 과정에서 호재성 재료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닉 셀링 분위기가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 시점에서 과도한 현금 비중 확대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증권은 다음 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2250∼245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비중을 확대하면서 에너지와 자동차 등 방어형 종목으로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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