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에서 발사된 로켓이 레바논 남부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진입해 지상작전을 전개하는 와중에 레바논과 맞댄 북부 국경지대에서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드론이 처음으로 격추되고 이란까지 개입 의사를 보다 분명히 하면서 ‘제2전선’ 형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레바논 남부 상공에서 이스라엘 드론을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해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에 따르면 이 드론은 이스라엘과의 국경에서 약 5㎞ 떨어진 키암 근처에서 피격됐으며 이후 이스라엘 영토로 추락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드론을 격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격추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 깊숙히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 군용 드론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19㎞ 안쪽 까지 진출해 공습을 이어갔다. 이날 저녁 늦게까지 충돌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로켓과 미사일, 박격포탄이 발사됐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 남부에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도 포격을 받았다. 다만 포탄이 불발탄이어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평화유지군은 양측에 즉각적인 사격 중지를 촉구했다.

헤즈볼라는 지금까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의 교전으로 46명의 헤즈볼라 전사들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지금까지 최소 7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의 교전이 격화되면서 제2 전선 형성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란은 이미 지상전 개시를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이 이를 넘을 경우 자신들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지상전이 전개되자 이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전방위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란이 개입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군과 민병대, 이라크 내 친 이란 민병대 등이 이번 전쟁에 본격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상전 개시 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은) 헤즈볼라와 레바논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도 확전 가능성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00명 규모의 미 해병대 신속대응군이 탑승한 USS 바탄 상륙강습함은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에 곧 진입한다. 이후 동지중해로 진입해 이스라엘을 지원할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만약 그들(중동 지역 대 미군 부대)이 다시 공격을 받는다면 우리는 다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전역에서 우리 군대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고 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친 이란 민병대가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중동 내 금융시장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TA-35주가시수는 장 마감 시점에 1.3% 상승해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 지수는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11% 하락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타다울 종합주가지수와 카타르의 게이지 지수도 강보합세를 보였다.

가베일 리서치의 톰 홀랜드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밀어올리고 안전자산으로의 대대적인 도피를 촉발할 만큼의 상황악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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