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내 증시의 조정 국면이 길어지면서 증권업계에선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용거래 규모를 축소하거나 거래 자체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리스크가 해소되고 증시가 반등하기 전까지 신용거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52개 종목의 신용거래를 막았으며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4거래일 동안 259개 종목의 신용거래를 막았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미수금 사태와 국내외 증시 불안으로 증권업계가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5일 118개 종목을 신용공여 불가 종목으로 지정했고 삼성증권도 25~26일 이틀 동안 80개 종목의 위탁증거금을 100%로 변경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은 POSCO홀딩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19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 상향했으며 KB증권도 에코프로비엠, 코스모신소재 등 85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조정했다.

증권사에서 하루에 몇 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100개가 넘는 종목의 증거금율을 상향하며 신용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영풍제지 사태로 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 사태가 터진 키움증권의 영향이다. 영풍제지, 대양금속의 주가를 조작한 일당들이 키움증권의 낮은 증거금률을 악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증권업 전반에 리스크 선제 대응 움직임이 일었다. 여기에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자 추가적인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의 영향으로 신용융자잔고 감소세도 빨라지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47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말 이후 약 8개월 만에 17조5000억원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다.

올해 초 16조5000억원 규모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빠르게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18~19조원을 유지했다. 2차전지와 테마주 위주로 상승세를 타던 8월부터 9월까지는 20조원을 넘어서며 한때 ‘빚투’ 위험이 커지기도 했다.

신용융자잔고와 더불어 투자자예탁금도 줄어들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6일 기준 48조5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6일 52조6314억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이 한 달 만에 5조원 가까이 빠졌고 7월 말과 비교해선 10조원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신용거래 가능 종목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으며 증시 조정 국면도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상승 국면이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는데, 대내외 이슈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용거래가 늘어나면 유동성 공급에도 도움이 되는데 신용거래를 줄이고 있는 추세라 증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보수적으로 증거금률을 상향하고 신용거래를 막고 있다”며 “외부적 요인들이 나아질 때까지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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