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팀 소속으로 맨유 홈경기에 볼보이로 나선 17세 소년이 있었다.

때는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상대는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공을 빨리 그라운드로 보내라는 명장의 지시. 볼보이는 긴장한 채 경기를 기다렸다.

맨유 유스 소속이자, 맨유의 볼보이는 당연히 맨유 팬이다. 맨유 볼보이의 역할 중에는 맨유에 최대한 유리할 수 있게 볼을 관리, 전달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경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소년에게는 상대팀 선수가 보였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맨유 소속인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그는 상대의 한 선수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다. 맨유 소속으로 ’적’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비극적 사랑, 얄궂은 운명이다. 

그가 사랑한 적은 레알 마드리드의 카카였다. 카카하면 ‘하얀 펠레’라 불리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선수.

그런데 레알 마드리드 시절 카카면 전성기에서 조금 내려왔을 때다. AC밀란 시절의 카카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등장하기 전 세계 축구를 지배한 축구의 신이었다. 그럼에도 그 소년의 눈에는 레알 마드리드 카카도 신처럼 보였나 보다.   

카카에게 반한 소년은 경기가 끝난 후 용기를 내 다가갔다. 그리고 유니폼을 달라고 요청했다. 안타깝게도 카카는 이미 유니폼을 교환한 후 였다. 하지만 카카는 소년의 진심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 바지를 소년에게 건넸다.

소년이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반바지는 카카가 자신의 우상이 됐음을 증명하는 증표와도 같았다. 이후 그 소년은 프로 선수가 됐고,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우상이 준 반바지에 자신의 다리를 문지른다고 한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 

그 소년의 이름은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맨유 유스 출신으로 2014년 맨유 1군에 데뷔했다. 하지만 맨유에 적응하지 못했고, 임대를 전전하다 2022년 풀럼으로 이적했다. 또 벨기에에서 태어나 브라질 대표팀 소속이 된 특별한 케이스의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우상이 된 카카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UCL 경기에서 나는 맨유 볼보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카카를 기다렸다. 유니폼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카카는 이미 상의를 교환한 상태였다. 카카는 자기 반바지를 준다고 말했고, 실제로 줬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 반바지는 지금까지 나의 금고에 있다. 때때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나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그 반바지를 내 다리에 문지른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상은 지금까지도 카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카카,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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