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2주의 공백은 ’20승 에이스’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페디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KT 위즈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8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팀의 첫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페디의 KBO리그 입성 소식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페디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풀타임으로 손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현역 빅리거’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름값’이 있는 수많은 선수들이 KBO리그에 입성했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던 것은 아니었는데, 페디는 이름값과 경력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페디는 4월에만 6경기에 등판해 38이닝을 소화, 무려 4승을 쓸어담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0.47에 불과했다. 팬 투표에서 밀려나면서 월간 MVP 타이틀을 품에 안지 못했지만, 현역 빅리거가 KBO리그에 입성한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페디는 총 30경기에 등판해 180⅓이닝을 소화,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의 역대급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이 엄청난 성적은 기록으로도 연결됐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페디는 올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는데 이는 ‘국보’ 선동열(19986, 1989, 1990, 1991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 KBO리그 역사에서 토종 선수 3명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만큼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였다. 게다가 20승-200탈삼진 또한 ’전설’로 불리는 최동원과 선동열, 장명부, 김시진에 이어 역대 5번째로 이 또한 외국인은 최초로 연결됐다. 현재로서 정규시즌 MVP까지 품에 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규시즌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페디. 하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에이스’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 고종욱이 친 타구에 팔뚝을 강타당한 까닭. 검진 결과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와일드카드(WC)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를 밟는 것은 쉽지 않았다. 페디가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 속에서도 NC는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넣었고, 마침내 에이스가 돌아왔다.

경기에 앞서 강인권 감독을 향해 페디의 질문을 쏟아질 수밖에 없었고, 사령탑은 “페디의 몸 상태는 완벽하게 회복이 됐다고 보여진다. 일단 투구수는 정해둘 수 없을 것 같다.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00구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이 된다. 불펜 투구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불펜에서 40구 이상을 던졌다는 것은 거의 회복이 된 상태라고 보여진다. 컨디션이 썩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6일 KIA전 이후 2주 만의 등판이지만, 공백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페디는 시작부터 완벽했고, 위력적이었다. 페디는 1회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더니,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묶어낸 뒤 앤서니 알포드를 5구째 135km 스위퍼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을 솎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박병호-장성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게 연속 삼진을 뽑아냈고, 후속타자 조용호는 2루수 박민우의 탄탄한 수비 도움을 받으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이민호 주심의 아쉬운 볼판정에 격분한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이민호 주심의 아쉬운 볼판정에 격분한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수원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페디의 첫 실점은 3회말이었다. 페디는 선두타자 문상철과 맞대결 3B-1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153km 투심을 던졌는데, 이를 문상철이 힘껏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이어 페디는 후속타자 배정대에게는 2루 베이스를 맞고 튀는 내야 안타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페디는 박경수를 삼진 처리한 뒤 김상수의 유격수 땅볼에는 선행 주자를 지웠고, 이어나온 황재균도 삼진 처리하며 괴력을 뽐냈다.

가장 압권의 투구는 4회였다. 페디는 알포드-박병호-장성우로 연결되는 강타선과 맞붙었는데, 위닝샷으로 132km 스위퍼-152km 투심-131km 스위퍼를 구사해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 위기도 잘 넘겼다. 페디는 5회말 수비에서 심판의 볼 판정에 격하게 항의하는 장면을 내비치는 등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 2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삼진 2개와 중견수 뜬공으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페디는 6회에도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타자 황재균을 135km 스위퍼로 삼진 처리한 뒤 알포드를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냈고, 이어나오는 박병호에게도 135km 스위퍼로 삼진을 뽑아내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리고 NC는 9회말 예상치 못한 만루 홈런을 맞았지만, 9-5로 KT를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한국시리즈 진출의 78.1% 확률을 손에 쥐었다.

이날 페디는 최고 155km 투심 패스트볼(37구)와 스위퍼(49구)를 주로 사용하며 체인지업(7구)와 커터(4구)를 섞어던지며 KT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묶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총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1989년 선동열과 2020년 크리스 플렉센(이상 11개)을 뛰어넘고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롭게 썼다. 그리고 그 중 8개가 스위퍼였다. 그야말로 스위퍼가 춤을 추는 날이었다. ’20승 에이스’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는 투구였다. 페디는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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