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맞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지난 27일 부산 본원서 기념식 개최

강도형 원장, 향후 50년 미래 비전 밝혀

유·무인 잠수정 이어 해저도시 개발까지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KIOST는 지난 27일 부산 영도 본원에서 성대하게 기념식을 열어 “반세기를 넘어 100년을 향한 도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해양과학기술 50년 기념식’이란 제목으로 열린 기념식에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해양수산 관계자와 임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KIOST는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한국해양연구소, 한국해양연구원을 거쳐 2012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했다.

현재 국내에는 부산 본원을 중심으로 2개 부설 기관과 3개 분원, 4개 연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미크로네시아, 미국, 영국 6개국에 해외연구센터와 기지를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취임한 강도형 KIOST 원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KIOST의 지난 5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더욱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 역량을 더욱 결집하고 해양 외교에도 앞장서면서 국가 현안 해결과 더불어 대한민국과 인류에 공헌하는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미래 50년을 이끌 새로운 비전으로 ‘함께 누리는 해양과학기술, 세계를 누비는 KIOST’를 선포하고 추진 전략으로 ▲글로벌 KIOST ▲개방형 KIOST ▲해결사 KIOST ▲요람의 KIOST를 제시했다.

강 원장은 행사를 마치고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래 KIOST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였다. 유·무인 잠수정 개발과 해저 도시 건설 등 그가 내놓은 그림은 추상화를 정밀화한 느낌이었다. 다음은 강 원장과의 일문일답.

# 50주년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생하셨다. 우선 소감 한 말씀부터.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를 이곳에서 치렀다. 우선 모든 직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더불어 직원들과 오늘 50주년 기념식을 한마음으로 준비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힘들었지만 피곤한 것보다 감동이 두 배는 큰 것 같다.

# KIOST 창립 50주년이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100년 이상 늦게 해양과학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3년 (KIOST) 설립 당시 8명의 인력과 330만원의 예산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1100여 명의 직원과 1624억원의 예산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50년간 이뤄낸 성과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처짐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연구 역량으로는 지난 50년간 약 1만2000개 과제를 연구했다. 우리 바다와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해양 한국의 주치의 역할, 해양 경제를 보호·육성하는 해양 신산업 기술 개발의 최고 기관으로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지구적 기후 및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 제시, 탈탄소 해양에너지 개발, 자율운항 및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인류 공영의 현안 해결에 적극 이바지해 왔다고 자평한다.

# 지난 50년 역사 동안 많은 연구성과를 일궈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만 꼽아달라.

많은 연구 중에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해양영토 개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땅(영해)이다. 우리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만들어 우리 영토(해)로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은 무척이나 가치 있는 일이다. 지금은 남해와 동해, 서해까지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고, 이제부터는 해양과학기지를 전진기지 삼아 수집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에 우리의 해양 주권을 더욱 명확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는 연구 조직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 연구 활동 가운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도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해수면은 눈에 보이지만 해저에서의 상황은 알기 힘들다. 심해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유·무인 잠수정 연구가 필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대서양의 해류 순환 벨트(belt)가 멈출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런 연구를 전 세계와 함께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무인 잠수정은 필수다.

우리는 무인 잠수정을 2006년 개발했다. 하지만 예산과 유지·보수비용 등 문제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지금은 장비와 시스템도 모두 낡았다. 세계 바다의 93%가 수심 200m가 넘는 심해다. 그런데 우린 아직 그 바닥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심해 탐사를 위해서는 차세대 잠수정 개발이 필수다. 문제는 차기 잠수정 개발 사업이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출범 5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출범 5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잠수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계속 탈락하는 것은 결국 경제성 때문인가?

결국 비용 대비 효율의 문제다. 연구라는 게 원래 그렇다.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과가 늘 가시적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장비의 첨단화에 관한 시각 차이도 있다. 잠수정 첫 개발 후 17년 가까이 흐른 만큼 현재 기술력에 맞는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사업을 심사하는 쪽에서는 자꾸 이미 지나버린 기술 수준의 장비 개발을 주문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포니 자동차를 처음 개발한 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그랜저를 타는 시절이 됐는데, 우리에게 쏘나타를 개발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랜저를 뛰어넘는 차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그보다 후퇴한 쏘나타를 만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동해는 3000m 넘는, 거의 4000m 가까운 심해가 있는데 제대로 연구가 안 돼 있다. 소위 잘 사는 나라 주변에 깊은 바다가 있고, 이들이 많은 자본을 투입해 심해를 연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인 잠수정이 어렵다면 무인 잠수정 연구라도 계속해야 한다.

# 향후 50년을 위해 잠수정 개발 외 다른 중요 연구 과제를 손꼽는다면 무엇이 있나?

내년부터 우리가 글로벌 바이오산업 쪽을 연구한다. 레드 바이오는 의약품이니까 보건복지부에서 맡겠지만 그린(해양) 바이오는 우리가 연구해야 한다. 해양에는 온갖 천연 생물들이, 정말 독특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미 한 업체는 27억원을 투자해서 250억원 매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10년 뒤에는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0배 이상 가치다.

# 해저 도시 개발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해저도시 사업은 현재 시험지역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바다를 선정해 사업을 시작했다. 해저지형을 조사한 결과 바닥 수평이 확보돼 구조물을 잘 세울 수 있는 나사항 2.5km 앞바다 해저 30m 지점을 시험지역으로 결정했다.

바닥 지형 안정성을 확인한 뒤 해양 관측기를 설치해 수온과 유속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해상에서 구조물을 제작해 바닷속에서 조립하는 모듈 형태로 만든다. 수중 하이퍼루프(Hyperloop)로 이동하고, 조력발전과 같은 친환경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개념이다. 2026년까지 사람 3명이 그 안에서 석 달간 머무르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다.

해저도시는 해양종합과학 영역이다. 건설 공학부터 해양 생태학, 전기공학은 물론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인 만큼 인문·사회학까지 고민해야 한다.

# 끝으로 지난 50년을 넘어 다가올 100년을 위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가 김치와 고기를 먹는 건 결국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 위한 거다. 저는 향후 KIOST 100년을 이끌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에너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훌륭한 계획도 필요하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정말 단단하고 시스템화한 조직과 인력이다. 직원들에게 KIOST가 정말 멋진 직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업무를 치고 나가는 힘을 얻는다.

연구개발(R&D) 분야는 사실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직원들 아이디어가 워낙 많다. 오히려 우리가 현실적으로 그것들을 모두 받아줄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다양한 도전 기회를 계속 주려고 한다. 실패해도 괜찮으니 한번 해 보라는 거다. 실패가 용인되는 R&D를 진짜로 할 생각이다. 전 그저 옆에서 고기 굽고 미역국 끓여서 직원들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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