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유엔개발계획(UNDP)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 유엔 고위 인사가 유엔이 집단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의 의미로 사임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딸면 크레이그 모키버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은 지난달 28일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보낸 4쪽 분량의 사직서를 보내, 가자지구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은 “집단학살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과거 르완다 투치족, 보스니아 무슬림, 이라크 야지디족,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또다시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키버는 “현재의 팔레스타인인 집단 살육은 민족주의적 정착민 식민국가 이념에 뿌리가 있고,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조직적인 박해에 이어진 것이며, 전적으로 그들이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벌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대부분 유럽 국가가 제네바 협약에 따른 의무를 지키기는커녕 이스라엘의 공격 무기를 대주고 정치적, 외교적으로 엄호하고 있다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모키버가 지난 3월에 이미 퇴임 계획을 유엔에 밝힌 뒤 이번에 퇴임한 것이라면서 서한에 담긴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모키버는 국제인권법을 전공한 변호사로 지난 1992년부터 유엔에서 일했으며 1990년대에 가자지구에 거주했다.

모키버는 인권최고대표 사무실에서 인권을 바탕으로 한 개발 구상을 주도했으며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 수단의 고위 인권 문제를 맡은 바 있다.

그러나 모키버는 이번 서한에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상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해체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역사적인 팔레스타인에 기독교인과 무슬림, 유대인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단일하고 민주적인 세속 국가를 설립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며 “인종차별적인 정착민·식민 사업을 해체하고 아파르트헤이트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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