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을 합친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431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희망퇴직금은 최소 3억원에서 최대 6억원에 달했다. 금리인상기에 은행들이 최대수익을 내면서 희망퇴직금도 늘어났다.

전국은행연합회가 1일 발표한 ‘은행경영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 중에 직원 1인당 희망퇴직금을 가장 많이 준 곳은 하나은행(4억794만원)이었다. KB국민은행(3억7600만원), 우리은행(3억7236만원), NH농협은행(3억2712만원), 신한은행(2억9396만원) 순이었다. 5대 은행 평균은 3억5547만원이었다. 2021년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3억1782만원)과 비교하면 3765만원이 증가했다.


지방은행 희망퇴직금도 4억원 달해

희망퇴직금을 가장 많이 준 곳은 씨티은행(6억435만원)이다. 소매금융 철수로 인해 대규모로 인력을 정리했다. 지방은행의 희망퇴직금 규모가 5대 은행보다 더 큰 것도 눈에 띈다. 광주은행(4억41만원), 경남은행(3억9446만원), 부산은행(3억8490만원), 제주은행(3억7186만원) 모두 4억원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만 2000명이 넘었다. 국민(674명)이 가장 많았고, 하나(521명), 농협(493명), 우리(415명), 신한(254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은 다 합쳐서 161명, 씨티와 SC제일은행을 포함한 외국계은행이 1727명, 특수은행에선 67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희망퇴직은 은행 업무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18개 은행의 지난해 국내 영업점은 5729곳으로 2011년(6021개)보다 292개 감소했다. 5대 은행은 같은 기간 4187개에서 3989개로 줄었다. 신한(63개), 국민(58개) 우리(55개) 하나(19개) 농협(3개) 순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람직한 인력구조는 피라미드형인데 지금 은행에는 고연차 직원들이 많아서 인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십 년 전 지점 위주의 영업을 할 때는 직원들이 많이 필요해서 신입사원을 대거 선발했지만, 이제는 고연차 직원들을 내보내는 게 은행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수순은 은행의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

5대 은행의 임직원 1인당 연봉도 전부 1억원을 넘겼다. 가장 많은 곳은 하나(1억1485만원)였다. 국민(1억1369만원), 신한(1억1078만원), 농협(1억622만원), 우리(1억476만원)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수억원대에 달하는 희망퇴직금과 억대 연봉이 은행의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 그 최대실적은 대출금리 인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논란거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연달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10월 30일)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11월 1일)

이번 보고서 발표 이후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 직후 은행권의 억대 연봉과 퇴직금 내역이 공개됐고, 이에 따라 사회적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출연기금 같은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는 게 다음 수순 아니겠느냐”고 했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비판 이후에도 은행들은 앞으로 3년간 취약계층 등을 위해 ‘10조원+α ’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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