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영결식 분위기는 제법 엄숙했다. 지난달 27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리 전 총리 시신의 화장식을 앞두고, 베이징의 공기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시신이 안치된 바바오산 혁명열사묘역 인근에서는 눈에 띄는 추모 행위는 할 수 없었다. 일반 조문객에게는 국화꽃 헌화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영결식에는 시진핑 주석과 그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뿐 아니라, 리창·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한정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만큼 보안도 눈에 띄게 강화됐다.

리 전 총리의 업적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2인자의 자리에서 10년 가까이 시 주석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탓에 팔다리가 묶인 경제 수장이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동시에, 할 말은 하며 절대권력을 견제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시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리 전 총리는 결국 시 주석 1인 체제 치하에서 지난 3월을 끝으로 모든 정치권력을 내려놨다는 것이다.


리 전 총리의 생애,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진은 2~3일 이틀 넘게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의 주요 검색어 1, 2위를 유지했다. 물론 그 서사와 사진들을 모든 언론이 일제히 ‘동일하게’ 게재한 점으로 미뤄보아, 여느 최고위급의 동정과 마찬가지로 목적을 가지고 철저히 계산해 만든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리 전 총리를 애도하며 게재한 사진들 속에서 보이는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그와 동석한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서민)들의 표정이 제법 편안하다는 점이다. 과거 공산당 당서기 또는 국무원 부총리 자리의 리커창을 맞이한 라오바이싱들은 일상의 한장면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그 사이에서 크게 웃거나, 미간에 주름을 잡거나 하는 리 전 총리 본인의 감정도 퍽 다양하게 읽힌다. 찍어낸 듯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현 고위급 간부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리 전 총리에 대한 뜨거운 추모 열기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부 대학가를 비롯해 추모 활동을 삼가라는 통지가 떨어지기도 했고, 일부 사진과 글은 올리는 즉시 삭제됐다. 이는 추모 열기가 자칫 반정부 시위로 번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중국은 어떤 이유에서든 외부의 시선이 쏠린다면 극도의 엄숙주의와 통제로 민심을 다뤄왔다. 이것은 거대 중국이 분열되지 않도록 당이 고수한 원칙이자, 대륙이 맞닥뜨린 한계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도 친서민 행보로 민중에 격의 없이 다가가려 시도하던 때가 있다. 국가 주석 자리에 오른 첫해인 2013년 말, 식당에 줄을 서서 만두를 사 먹는 모습, 비 오는 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직접 우산을 들고 현장을 시찰하던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인민들은 이러한 지도자를 그리워하며, 리 전 총리의 고향에 국화꽃 다발로 산을 쌓고, ‘인민의 좋은 총리’라는 헌사로 보다 강렬히 그를 추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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