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2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패키지 생산 라인에서 취재진이 설명을 듣는 모습. [삼성전기 제공]
2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패키지 생산 라인에서 취재진이 설명을 듣는 모습. [삼성전기 제공]

[헤럴드경제(세종)=김지헌 기자] “최근 반도체 회사들이 비축해 놓은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저희가 들었습니다. 내년 상반기 정도에 반도체와 기판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삼성전기 관계자)

삼성전기 세종사업장(당시 조치원사업장)은 1991년 PC용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생산을 시작, 국내 반도체 패키지기판 산업이 태동한 지역이자, 삼성전기 기판 사업의 ‘원류’로 불리는 거점이다.

삼성전기가 1997년 고부가가치 기판인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하자, 당시 일본산 기판 독점 시대가 마감됐다. 여전히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주요 생산거점 역할을 하는 이곳은 현재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기판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작동하는데 메인 기판의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이로인해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에 한창이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은 성능 향상을 위한 초미세화 공정 적용이 한창인데, 이 신공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들어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로 주목받고 있는 ARM 기반 프로세스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반도체 적층 방식인 2.5D(차원) 패키징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2.5D 패키지가 고성능 반도체 구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패키징의 필수 부품인 패키지기판을 공급할 수 업체는 소수다. 삼성전기는 1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의 이 제품의 사업성을 바라보고, 모바일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쪽에서도 사용될 ARM 기반 CPU 관련 패키지 기판 생산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는 건설 중인 신공장을 통해 관련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임승용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부사장은 “(신공장은) 내년 5월 완공 예정이고, 1층을 먼저 일부 가동하고 이후 2·3층은 이후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차세대 제품을 위해서는 고다층화, 미세화, 임베딩을 위한 공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층간 리프트, 스토커(저장소), OHT(공중에 매달린 생산 관련 물품 운반기)로 신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양산 반도체 패키지 기판 형태를 다양화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FCCSP(플립칩 칩 스케일 패키지)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FCCSP는 구조적으로 ‘반도체 칩의 크기’와 ‘기판의 크기’가 거의 동일하다.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전기적 신호 이동 경로가 짧아 높은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주로 스마트폰 AP용 반도체 칩에 사용된다.

UTCSP(초박막 칩 스케일 패키지)는 반도체 칩과 패키지 기판을 얇은 금선으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반도체 칩의 크기가 전체의 80% 이상 수준인 기판이기도 하다. 주로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등 다수의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리는 멀티칩 패키지(MCP)에 사용되는 기판이다.

RF(무선주파수)-SiP(시스템 인 패키지) 기판은 하나의 기판에 여러 개의 칩과 수동소자를 실장하는 모듈형태의 기판으로 5G 모듈 같은 통신용 모듈에 주로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판 업체 중 유일하게 ‘임베딩’ 기술을 보유하며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 중이다. 반도체 칩의 회로(전기신호가 지나가는 길)는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신호의 경로도 길어지고 있다. 신호 경로가 길어지면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 중에 정보 손실이 생긴다. 임베딩 공법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로, 이를 통해 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이 날도 취재진이 찾은 현장에서도 칩을 임베딩한 방법이 소개됐다. 삼성전기 제4공장에선 취재진을 위해 임베딩 공정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패키지 기판 사이에 칩이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을 우선 만들고, 기판 한쪽에 테이프를 붙인다. 이후 칩을 빈 공간에 넣고 테이프에 닿게 해 칩을 고정한 뒤, 테이프와 닿은 면의 맞은편에 굳게 만드는 물질(반경화절연제)을 써서 칩을 고정시킨다. 이후 테이프를 떼는 방식으로 칩을 기판 안에 넣어 실장하는 공정이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설비시설 모습 [삼성전기 제공]

향후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기는 ▷미세 회로 구현 ▷미세범프 ▷비아(홀)의 미세화 ▷도금의 신뢰성 등 4가지 핵심 기술을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우선 미세 회로 구현이다.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로 선폭과 간격도 미세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8~1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은 회로 선폭을 구현해야 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입출력 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 미세한 회로 구현을 필요로 하는데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인 3㎛ 수준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세 범프도 중요하다. 패키지기판이 메인기판과 맞닿는 범프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미세화된 회로의 많은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비아(홀)의 미세화도 중요하다. 비아는 전기가 통하는 수직 통로 구멍이라고 보면 된다. 전자기기의 기능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부품도 많아지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길, 즉 회로가 많이 필요하고 복잡해진다.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길(회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면으로는 부족해 4층, 6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층간에도 회로가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이 비아이다. 비아는 일반적으로 80㎛ 크기의 면적 안에 50㎛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의 10분의1 수준인 10㎛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도금의 신뢰성을 높여 미세화되고 더 많은 정보가 오고가는 전기적 회로의 성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 부사장은 “세종사업장 뿐 아니라 부산사장업과 향후 베트남 공장에서의 기판·카메라모듈 등까지 삼성전기의 제품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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