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이의리./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류중일 감독./KBO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이제는 괜찮습니다. 끝난 일이니까”

이의리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첫 훈련을 소화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최종 명단까지 들었지만, 물집 부상의 여파로 낙마한 이후 첫 대표팀 합류였다.

이의리는 최근 마음고생을 크게 했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낙마 때문이었다.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의리는 데뷔 첫해 1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이듬해 29경기에 등판해 10승 10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올해도 10승 6패 평균자책점 4.1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학하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통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등 ‘특급유망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성장해 나가던 중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의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지난 9월 9일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바로 왼손 물집 증세 때문이었다. 당시 이의리는 물집으로 인해 LG를 상대로도 4⅓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KIA 타이거즈

9월 10일자로 1군에서 말소된 이의리는 11일 동안의 회복 시간을 가졌고, 9월 21일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했다. 당시 대표팀 소집이 임박한 가운데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코칭스태프는 이의리의 투구를 보기 위해 대전을 찾았는데, 이의리가 부상에서 복귀한 첫 등판에서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아쉬운 투구를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KBO는 이튿날(2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해당 선수는 KIA 투수 이의리로,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의리를 대신해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를 추가 멤버로 발탁했다. 항저우 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던 이의리와 KIA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의리가 아쉬운 투구를 펼쳤고, 경기가 종료된 후 손가락 회복 상태를 점검한 뒤 엔트리를 변경하게 됐는데, 많은 비판과 비난이 쏟아진 이유는 이후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이의리가 선발로 7~80구 이상의 공을 뿌리는 것이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이의리가 부상 복귀 두 번째 등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 피칭을 선보인 까닭.

이후에도 이의리는 탄탄한 투구를 뽐냈다. 이의리는 10월 3일 KT 위즈전에서 5⅓이닝 1실점(1자책), 9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5⅔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고, 시즌 마지막 등판인 16일에는 다시 만난 NC를 상대로 5이닝을 2실점(2자책)으로 묶어냈다. 복귀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5이닝 이상의 투구를 뽐내며 건재함을 뽐내면서, KIA 팬들은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은 이번 APBC 대표팀 명단으로 향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이의리./KBO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선수단./KBO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류중일 감독./KBO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의리를 최종 낙마시켰던 만큼 다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것이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이의리는 APBC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건강을 되찾은 이의리를 뽑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이의리를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의리는 6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APBC 대표팀 첫 훈련을 소화하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첫 훈련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의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사령탑은 “어제(5일) 이의리와 인사를 나눴고, 가장 먼저 손가락붜 봤다”고 농담하면서도 “당시에는 물집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 축에 들어가는 선수가 한 경기를 잡아줘야 되는데, 당시 손가락 상태로 ‘7~80개를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고,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와 상의 끝에 어렵겠다는 판단해 엔트리를 바꿨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류중일 감독은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안타깝지만, (이)의리는 또 어리지 않나. 다음 아시안게임이 있다. 이로 인해 이의리가 선수로서 더 성숙해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잘했으면 좋겠다. 그 이후로 너무 잘 던지더라. 본인은 안타깝겠지만, 다음이 있으니 성장해서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엔트리 탈락 당시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던 이의리도 아쉬운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취재진과 만난 이의리는 “괜찮다. 끝난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류중일 감독님과는 ‘안 아프냐’고 물으셔서 ‘괜찮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프로 무대를 밟은지 3년 만에 벌써 세 번째 태극마크를 단 소감은 어떨까. 이의리는 “시즌이 끝나고의 국제대회는 처음이라 설렌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만날 다른 나라 선수들과 좋은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우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회에서도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중에 다시 대표팀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국제대회 경험이 있다고 해서 여유가 생긴다기 보다는, 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면서 시즌 일정을 조금 일찍 끝냈지만, 지금까지 몸 상태를 잘 유지해왔다. 특히 대표팀 포수 손성빈(롯데)는 이의리의 공을 받아본 뒤 혀를 내둘렀다. 손성빈은 “스피드도 컨트롤도, 공이 다르다”며 “피칭을 받는 내내 감탄만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의리는 “시즌이 끝난 뒤 일주일 정도 쉬고 운동을 했다. 다시 몸을 만드는 느낌이다. 오늘은 80%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의리는 ‘류중일 감독이 에이스로 불러줬다’는 말에 “저를요?”라고 깜짝 놀라며 “절대 에이스는 아니다. 이번 대회에는 스스로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여유를 많이 느끼고 싶다. 대표팀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만 나올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낙마의 아쉬움을 털어낸 이의리가 APBC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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