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군사작전을 진행하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한 달이 지나면서 전후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자지구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자지구 미래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축출에만 동의 할 뿐 나머지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해 전후 혼란을 수습하고 정상화시킬지에 대해선 사실상 진공상태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며 재점령을 시사했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CNN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미국은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축출한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가자지구 미래는)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 하며, 가자지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가 말한 ‘팔레스타인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서안지구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포괄적 해결책의 일환으로 자치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자치정부에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겠단 뜻이다.

하지만 WP는 자치정부도 하마스 못지 않게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자발리야 난민촌의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아이만 슈라피는 “하마스는 미쳤고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 정당은 부패했다”고 비판했다. 대학생인 알 바쉬 역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탱크를 등에 업고 부패한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인 타하니 무스타파는 WP에 자치정부의 가자지구 통치에 대해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바스 수반은 서안지구를 통치할 능력조차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국 가자지구 주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신뢰 받는 정치세력이 부재하는 한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자지구의 평화는 장담할 수 없다. 자칫 자치정부와 무장세력 간 분쟁이 이어지고 이를 틈타 이스라엘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며 혼란이 커진 서안지구 상황이 가자지구에서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민주주의 투표를 통한 대표자 선출은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하고 집을 떠난 주민들은 1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파괴된 기반시설 복구도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하마스가 순순히 물러날지 미지수다. 하마스는 여전히 자신들이 가자지구 통치 세력이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새로운 행정부나 새로운 통치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WP는 서안지구의 파타와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수년째 정권을 잡고 있으면서 선거를 치르지 않을 핑계거리를 항상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둘 모두 자신들이 (선거에서) 패배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