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최소 200명은 짐 싸는거야?”

혈액제제와 백신 명가로 알려진 국내 상위 제약사 GC녹십자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사업과 신약개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실적이 좋지 않자 회사가 고강도의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이다. 회사는 전체 조직의 10% 이상을 감축하고 상시 퇴직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최근 고강도의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통폐합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인원은 전체 직원의 최소 10% 이상. 지난 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C녹십자 전체 직원은 2300여명이다. 최소 200명 이상이 짐을 싸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구조조정은 희망퇴직 형태로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되면 20년 이상 재직자는 1년치 급여를, 20년차 미만일 경우 6개월치 급여를 주는 형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말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900만원이다.

GC녹십자 본사 전경[GC녹십자 제공]

회사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 관계자는 “10% 이상의 인원 감축을 통해 조직 슬림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상시퇴직제도도 함께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의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 4394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32.8%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2217억원으로 전년보다 6%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428억원으로 58.7%나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3분기까지 713억원에서 올 해는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부진의 원인은 주요 제품들이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해서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수출이 막히며 매출이 급감했다.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IVIG-SN)’의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당초 예상보다 계속 지연되고 있어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GC녹십자는 다른 상위 제약사들과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GC녹십자 외 상위 5개 제약사인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은 모두 실적이 증가세다.

녹십자 주가 추이[네이버 증권]

이에 제약사 시가총액 기준 순위도 바뀌었다. 원래 GC녹십자는 유한양행에 이어 매출, 시총 규모로는 2위에 해당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가는 10만원 초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처음으로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8일 기준 시총은 1조21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 6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최대 1조7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종근당은 주가가 급등하며 GC녹십자를 역전했다. 종근당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12만9500원으로 시총 규모는 1조6200억원까지 커졌다. 심지어 GC녹십자는 대웅제약(1조2490억원)보다 낮은 순위로 내려 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약사들의 평가는 얼마나 좋은 약을 꾸준히 내놓느냐에 있다”며 “GC녹십자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개편하고 내년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