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의지(36, 두산 베어스), 나성범(34, KIA 타이거즈)이란 기둥이 빠져나갔다. 공룡군단이 그래서 위태로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둥이 사라지면, 새로운 기둥이 또 생긴다.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에게도 5강 후보로 지목받지 못했다. 최하위 후보라는 말이 많았다. 2021-2022 FA 시장에서 나성범, 2022-2023 FA 시장에서 양의지를 잃었다. 단순히 중심타선의 약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팀의 기둥,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심점이 사라진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NC는 올 시즌 예상을 뒤엎고 KT 위즈를 그로기 직전까지 몰아갔다. 현재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가 한창이지만, NC도 가을야구의 주인공이었다. 기본적으로 드루 루친스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걸 넘어 선발투수 2~3인분 몫을 해낸 에릭 페디가 결정적이었다. 팀의 20승을 책임졌다.
여기에 FA 트리오 손아섭(35), 박민우(30), 박건우(33)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1~3번 라인업이 결국 그라운드 안팎에서 제 몫을 충실히 했다. 박건우는 2년 연속 제 몫을 했고, 손아섭과 박민우는 작년의 부진을 딛고 플레이오프까지 타선을 이끌었다.
이들의 영향력이 그라운드 밖에서도 컸다는 후문이다. 주장 손아섭은 연일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며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박민우는 페디가 흥분할 때 가장 먼저 마운드로 다가가 진정시킨 주인공이다.
야구를 잘 해서 소위 말하는 ‘말 발’이 섰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팀을 위한 로열티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창단멤버 박민우는 말할 것도 없고, 손아섭도 언제나 팀 퍼스트 마운드가 대단한 선수였다. 알아서 솔선수범하니 팀이 잘 굴러갔다. 강인권 감독이 플레이오프 패퇴 이후 특별히 손아섭에게 “너무너무 고맙다”라고 한 건 이유가 있다.
박건우는 전반기 막판 워크에식 논란이 있긴 했다. 팀 케미스트리를 흔드는 중대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팀 성적이 업&다운을 그리긴 해도 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외부에서 ‘큰일이다’라는 분위기였어도 내부에선 최대한 정상적으로 시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가득했고, 동요도 크지 않았다.
훗날 구단 홍보팀에 따르면 박건우는 복귀 후 자신이 협찬 받는 제품을 구성원들과 나누며 고마움 또 미안함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 이후 박건우의 표정도 확연히 달라졌다. 밝은 미소로 취재진을 대하는 등 뭔가 기운부터 달랐다. 그리고 외부에는 강인권 감독의 강단과 원칙을 다시 한번 알게 된 사건이었다.
NC는 올 시즌을 통해 젊은 기수들의 가능성을 대거 확인했다. 김주원, 서호철, 김형준, 류진욱, 김영규 등 올해의 좋은 경험이 미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그러나 나성범과 양의지를 잇는 팀의 구심점이자 기둥을 확인한 시즌이기도 했다. 손아섭의 존재감, 나아가 박건우와 박민우에게서 그 가능성을 읽었다. 알고 보면 버릴 게 없는 공룡군단의 2023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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