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 만에 처음으로 명단서 제외

“투명성 인정…직접 효과는 미미”

부산 남구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시스 부산 남구 부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시스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외환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진 이유가 수출 불황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감소라는 점에서 단기간은 지정이 제외되더라도, 수출 회복세로 돌아서면 다시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일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며 환율관찰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우리나라가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이 발효된 뒤로 처음이다.

미국 교역촉진법이 명시한 3가지 기준 중 2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되고 3가지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환율조작국)이 된다.

현재 기준은 ▲ 대미무역(상품+서비스) 흑자가 150억달러 이상 ▲ 경상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 달러 순매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이며 12개월 중 8개월 이상 개입한 경우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외환 개입을 제외하고 경상수지 흑자 등 나머지 조건이 미국이 내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는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지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올해 두 차례 연속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0.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65억8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57억5000만달러)의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

7년여 만에 명단서 제외되면서 한국 외환시장의 투명성이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돼도 한국이 당장 얻는 이익이나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명단에서 빠지면서 한국 외환시장의 투명성이나 신뢰도는 인정받은 셈이지만 애초 환율관찰대상국은 모니터링 대상에 그쳐 특별한 제재가 없었던 만큼, 이번 제외로 분명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모니터링 대상에서 포함된 이후 우리나라가 직접 악영향을 받았던 게 별로 없었던 만큼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직접 얻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당국에서 애초 시장에 큰 개입이나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명단 제외가 한국이 무리하게 환율을 조작해 무역수지를 흑자내는 나라가 아니라는 판단의 근거는 될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클 경우 미국의 환율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되진 않더라도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다시 명단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향후 경상수지 전망을 감안하면 내년 4월 발표되는 다음 보고서까지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GDP 대비 2% 내외로 예상하는 만큼 요건(GDP 대비 3% 이상)을 밑돈다는 설명이다.

하 교수는 “이번에 수출 악재에 따라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인만큼 우리나라 수출 회복세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가 개선되면 얼마든지 다시 포함될 수 있다”며 “다만 투자자 측면에서는 나쁜 신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전환하게 되면 미국의 환율 견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로 미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 경기회복이 더딘 국가들이 자국통화 강세 방어 유인이 커질 수 있으므로 교역국 환율 상황에 더 민감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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