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기타 그만두지 마. 계속해. 기타 칠 때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

이 말을 해준 친구는 내 라이브 연주를 실제로 본 유일한 사람이다. 친구와 친구의 아기에게 영화 <머니볼>의 OST ‘더 쇼’와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 중 몇 마디를 들려주었는데 둘 다 박수는 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기타를 계속하라니, 왜?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행복이란 뭘까.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는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라 하고 싶다.

사실 지난 몇 주간 나는 개인적인 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마음이 힘들면 몸에도 신호가 온다. 며칠 꼬박 심한 몸살을 앓았고, 오랜만의 친구 모임도 나가지 못했다. 눈치가 빠른 오랜 친구는 중간중간 내 안부를 물어주었다.

심한 몸살을 앓던 날에는 기타 연습도 하지 못했다. 여름휴가 다녀왔을 때를 제외하면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고 연습을 아예 안 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래서 기운을 조금 차리자마자 기타를 잡았다. 연습을 재개하고 깨달았다. 아, 나 이래서 기타 배우길 좋아하는구나.

순간 모든 골칫거리가 사라졌다! 내 왼손과 오른손 움직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더라.

앞서 칼럼에서 여러 번 밝힌 것처럼, 나는 리듬 감각이 없는 편이다. 사실 없는 편 정도가 아니라, 매우 심하게 없다. 삼삼오오 노래방 가서는 박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건만, 기타만 잡으면 박치가 된다.

박치임을 의식한 이후 기타만 잡으면 양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더 뻣뻣해져 박자가 삐걱대기 일쑤다. 설상가상 오감까지 손끝으로 보냈는지 메트로놈 소리까지 잘 듣지 못해 박자가 더 무너진다. 급기야 ‘박자 살인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한편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덕분에 기타 칠 때면 딴생각할 틈이 없다. 나는 흔히 말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다. 예기불안도 높다. 그런 내가 기타 연습을 하면서 근심 걱정을 잊다니, 기타 배우기의 순기능이다.

기타 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잠시나마 걱정마저 잊고 있으니, 그 순간 친구 눈에는 내가 꽤나 행복해 보였나 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나중에 말고 당장 야금야금 행복해야 해”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잠시 잠깐이라도 근심 걱정을 잊고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그런 순간이 모여서 결국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타 배우기. 나의 발전 속도로는 앞으로 20여 년 환갑까진 머릿속 골칫거리를 잊는 데 이만 한 치료제가 없겠다 싶다. 지금 사는 게 힘들다면, 걱정이 많다면, 기타를 배워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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