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왼쪽)와 박지성이 2006년 4월 17일 펼쳐진 2005-2006 EPL 35라운드 토트넘-맨유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왼쪽)과 황희찬이 11일 EPL 맞대결을 벌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황희찬.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어느덧 17년 이상 긴 시간이 흘렀다. 2006년 4월 17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펼쳐진 2005-200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대결. 한국인 선수들이 맞대결을 벌였다. ‘초롱이’ 이영표와 ‘해버지’ 박지성이 적으로 만나 기량을 겨뤘다.

이영표와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부터 찰떡 호흡을 과시한 동료다. 히딩크호의 주축으로 함께 활약했다. 특히,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이영표가 올린 공을 박지성이 가슴 트래핑 후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터뜨린 장면은 한국 축구의 최고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작품으로 한국은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둘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 에인트호번에서 다시 만났다. 유럽 축구에 적응하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견인하는 등 또 다른 신화를 낳았다. 그리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2005년 여름 박지성-이영표 순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토트넘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05-2006시즌 막바지에 돌입한 35라운드에 이영표와 박지성이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토트넘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를 노리고 있었고, 맨유는 선두권에 포진돼 승리가 필요했다. 상위권 빅매치에서 이영표가 토트넘의 레프트백, 박지성이 맨유의 라이트윙으로 기본 배치됐다. 완전한 매치업이 이뤄지며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겨뤄야 했다.

양보 없는 치열한 승부를 펼친 두 선수는 전반전 막판 희비가 엇갈렸다. 전반 8분 웨인 루니의 선제골로 앞선 맨유가 공세를 폈고, 전반 36분 ‘그 사건’이 터졌다. 토트넘 왼쪽 측면에서 이영표가 걷어낸 공이 압박하던 박지성을 맞고 튀었다. 이영표는 다시 공을 잡고 토트넘 페널티박스 안으로 이동했고, 박지성이 이영표 뒤에서 공을 건드려 루니의 추가골을 도왔다. 이영표의 실책과 박지성의 압박이 어우러지며 맨유의 추가골이 터졌다.

결국 경기는 2-1 맨유의 승리로 끝나며 박지성이 이영표에게 가로채 건넨 패스가 결승골 도움으로 기록됐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나오기 마련인 프로들의 냉혹한 승부 세계를 느끼게 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경기 후 사진 하나가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손을 맞잡은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진한 우정을 전했다. 둘은 치열하게 맞붙으면서도 고락을 함께한 형제로서 명장면을 남기며 축구팬들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이영표(왼쪽)와 박지성.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왼쪽)과 황희찬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왼쪽)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이 끝난 뒤 황희찬을 위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가운데)과 황희찬(왼쪽)이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영표와 박지성을 신호탄으로 한국 선수들의 EPL 진출이 늘어났다. 그리고 현재 토트넘의 주장으로 우뚝 선 손흥민과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황소’ 황희찬이 맞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현재 EPL 득점 2위와 6위에 랭크됐다. 시즌 초반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17년 전 이영표와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과 황희찬도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다. 11일 잉글랜드 울버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23-2024 EPL 12라운드 경기에서 ‘코리안 더비’를 벌인다.

현재 토트넘이 8승 2무 1패 승점 26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울버햄턴은 2승 3승 3무 5패 승점 12로 14위에 자리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원정에서 6골을 터뜨리며 원정 득점 1위를 달린다. 황희찬은 올 시즌 터뜨린 6골 가운데 5번을 홈에서 잡아낸 ‘안방 깡패’다. 현지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두 팀의 키 플레이어로 꼽는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손흥민-황희찬이 이영표-박지성처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합작했다는 사실이다. 두 선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결승 득점을 만들어 2-1 승리를 결정지었다. 마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이영표-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황희찬. /게티이미지코리아황희찬.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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