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 LG 켈리가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LG 트윈스 염경엽 감독./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큰 고민 없이 함께 가려고 한다”

케이시 켈리는 지난 2019년부터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은 ‘장수 외국인’ 투수이자 ‘효자선수’라고 볼 수 있다. 켈리는 데뷔 첫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하며 단숨에 ‘에이스’ 자리에 올라섰고, LG와 동행이 본격 시작됐다. 켈리는 이듬해에도 LG 유니폼을 입었고, 28경기에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켈리와 LG의 동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2021시즌에는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27경기에 나서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켈리는 시즌 초반부터 예년과 달리 부진을 겪었고, 4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켈리는 5월 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6월부터 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이 이어졌다. 그 결과 한때 ‘방출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물론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LG 프런트에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데려올 외국인 투수가 마땅치 않았던 것은 물론 켈리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는 믿음 속에 동행을 이어갔다. 그리고 켈리는 시즌 막바지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켈리는 8월 5경기에서 1승 1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더니 9월 4경기에서는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역투하는 등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그 결과 올해도 10승을 수확하며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었고,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마이데일리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투수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아직 한국시리즈(KS) ‘왕좌’에 오를 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염경엽 감독은 11일 4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켈리와 2024시즌 동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0일 열린 3차전에서 LG가 패했다면, 11일 4차전에는 켈리가 선발로 등판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의 오늘(11일) 등판 시나리오도 있었냐’는 질문에 “어제(10일) 졌으면 오늘이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사령탑은 “(3차전에서 졌다면) 김윤식과 켈리가 같이 들어갔을 것이다. 켈리가 ‘이기면 5일 로테이션을 하고 싶고, 만약 졌을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 불펜이 있으니 7이닝을 던진다기보다는 4~5이닝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나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아무래도 3일 쉬고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안 한다’고는 못하지만, 부담스러운데 팀 상황상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되게 좋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드물게 팀보다는 개인이 우선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어차피 KBO리그는 ‘거쳐가는’ 리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이 처한 상황보다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이라는 꿈을 품고 자신의 몸 상태를 우선시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켈리의 경우 KBO리그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만큼 ‘팀 퍼스트’ 정신이 매우 탄탄하다.

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 LG 켈리가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2023년 6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롯데-LG 켈리./마이데일리

염경엽 감독은 “그래서 고민을 하지 않고 내년에도 켈리와 함께 가려고 한다. 물론 프런트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데, 내 생각에는 팀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왔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1선발은 정말 잘 구했으면 좋겠고, 켈리는 2선발로써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사령탑은 “켈리의 교체설이 나왔을 때 마땅한 투수도 없었고, 비슷한 투수를 쓰기보다는 켈리를 쓰는 것이 낫다고 봤다. 한국에서의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며 “켈리가 새로운 구종(포크볼)을 개발했다는 것이 내년 시즌에 삼진 비율도 훨씬 올라가고, 투구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⅓이닝을 단 2실점(1자책)으로 묶으며 부활한 만큼 켈리는 오는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기 위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른다. 그리고 만약 시리즈가 7차전으로 향한다고 하더라도 켈리는 또 출격을 할 전망이다. 그리고 프런트가 반대를 하거나, 켈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등의 큰 변수가 없다면 켈리는 2024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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