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쇼크' 번지나…올 특례상장 7곳도 목표 실적 미달[시그널]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440110)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파두처럼 기술특례상장 전형으로 증시에 입성한 다른 기업들도 올해 실적이 공모 과정에서 제시한 목표치에 대거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중 이날까지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9개 기업(파두 제외)을 분석한 결과 7곳의 올해 누적 매출이 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상은 기업가치 산정 시 추정 미래 실적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방식을 사용한 업체들이다.

올 5월 상장한 세포 치료제 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의 별도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2억 6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3억 원) 대비 13.3% 줄었다. 공모 당시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올 목표 실적으로 매출 47억 원을 제시했으나 3분기까지 목표치의 5.5%만 달성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실험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성과는 일러야 내년 2분기 이후에야 나올 수 있어 당장 실적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주식은 이날 공모가(1만 8000원) 대비 60.9% 떨어진 7030원에 마감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역성장한 기업도 많다. 세포 분석 공정 자동화 시스템 장비를 개발·제조하는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445680)의 3분기 매출은 6억 8000만 원, 영업손실은 31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4% 줄었고 영업손실은 29.2% 늘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올해 실적 목표로 매출 136억 원, 영업손실 70억 원을 제시했지만 3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매출을 130억 원 가까이 늘리기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두 쇼크' 번지나…올 특례상장 7곳도 목표 실적 미달[시그널]

3분기 누적 매출 기준 올 목표 매출 달성률로 보면 자람테크놀로지(389020)(22.4%)와 시큐레터(418250)(31.6%), 센서뷰(321370)(33.7%), 씨유박스(340810)(37.7%), 큐라티스(348080)(47.6%), 프로테옴텍(303360)(53.6%), 아이엠티(451220)(55.8%) 등도 저조하다. 개별 기업의 사업구조에 따라 4분기 매출을 크게 인식하는 곳이 있을 수 있지만 현 달성률을 고려하면 가파른 실적 성장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일반적인 상장 요건에 부합하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자기자본 10억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 원 이상)한 제도다. 이익 실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의 유망 기업을 발굴해 성장 동력을 지원한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약속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기업가치를 부풀려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파두가 ‘기업공개(IPO) 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도 이 때문이다. 파두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79억 6000만 원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제시한 올 추정 매출 1203억 원에 비하면 15%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파두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이 제출한 실적 추정치를 재점검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99% 하락한 1만 7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일 기준 1조 6894억 원이던 파두의 시가총액은 이날 8622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다수가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금융 당국이 기술평가를 기존 2곳 중 1곳에서만 받을 수 있게 한 조치를 비롯해 완화책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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