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 = 메리츠증권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제공 = 메리츠증권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메리츠증권이 올해 부진한 실적과 내부통제 문제로 최희문 부회장의 ‘성과주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의 성장을 이끈 최 회장의 ‘성과주의 문화’가 내부통제를 뒷전으로 두면서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메리츠증권이 발표한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9% 줄어든 1177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34.7% 감소한 16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익 ‘1조’ 명성 어디에…올해 3분기 연속 줄어든 실적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봤다. 특히 투자한 유럽 오피스 빌딩의 자산 가치가 520억원 떨어진 영향이 컸다.

유승화 메리츠증권 최고리스크 책임자(CRO)는 지난 13일 메리츠금융그룹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해외 상업용 자산은 주기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가치 하락 시 재무적으로 반영했는데, 증권의 경우 올해 3분기 중 유럽 오피스빌딩에 520억원 감액손을 반영했다”며 “투자 중인 다른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자산에 대해서도 동일 원칙으로 평가하고 즉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연초부터 꾸준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익은 2396억원이었으나 지난 2분기에는 2035억원, 3분기엔 1617억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자기자본 6조원이상 대형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KB·메리츠증권) 가운데 유일하게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줄었다.

2022년 3분기~2023년 3분기 메리츠증권 실적 .디자인 = 김민영 팀장

이는 지난해 증시 불황에도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것과는 상이한 행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일반 증권사들과 달리 매출 가운데 리테일 비중이 낮고, IB와 부동산PF 비중이 높아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전년대비 실적이 부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의 경우 2000억 규모 하이난 항공 채권 회수 등 큰 규모의 일회성 수익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전년대비 기저효과도 일부 있긴하나, 3분기 실적도 대형 증권사 가운데 4번째로 영업이익이 높은 수준이기에 현 상황에선 선방했다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부회장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위축에 대비해 기업금융(IB) 관련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업금융 부문에서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부동산 시장 위축에 대응해 비 부동산 관련 IB에 조금 더 집중할 계획으로, 국내외 대기업 그룹과 계열사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금융자문, 인수금융, 담보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금융 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지속된 내부통제 문제..내부정보 활용한 임직원 사익추구·부실기업 대상 불건전 영업

메리츠증권은 전년대비 부진한 실적과 함께 임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익추구와 불건전 영업 등 여러 내부통제 문제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메리츠증권 신사옥 전경.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 신사옥 전경. 사진.메리츠증권

지난 6일 검찰은 ‘미공개 정보 이용한 투자 의혹’으로 메리츠증권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실제 지난 5월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가 거래 정지 직전 보유 중이던 32.22% 지분을 전량 매도해 약 9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의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전부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도덕성 비판도 받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공개한 메리츠증권 기획감사 중간 결과를 통해, IB 본부 소속 일부 임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내부투자 검토 심의자료 등을 이용해 본인과 가족, 지인 등의 이름으로 투자해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두는 사익 추구 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부실기업 대상으로 불건전 영업 행위를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상장사에 전환사채(CB)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주는 대신 해당 회사가 조달한 자금으로 CB 전액에 상당하는 채권을 사게 한 뒤 이를 담보로 잡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CB를 발행하는데,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와 같은 부실기업에 CB 등으로 투자를 해주면서 투자금을 신규사업 진출이나 운영자금이 아닌 우량 채권 인수에만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탓에 메리츠증권이 회사의 생산성과 기업가치가 성장하지 못해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양산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의 이같은 행위가 기업 자금조달 목적이 아닌 사실상 원금을 보장받고 수수료만 챙기는 투자 행위로 ‘무늬만 자금조달’로 보고 있다.

최희문 부회장의 ‘성과주의 리더십’…내부통제는 뒷전?

실적 부진과 내부통제 이슈가 함께 터지면서 최 부회장이 강조한 ‘성과중심 리더십’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10년 2월부터 13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그는 특히 ‘손해 보지 않는’, ‘성과에 입각한’ 메리츠증권의 영업 기조로 메리츠증권을 중소형 증권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현재의 자기자본 7위권 증권사로 우뚝 서도록 이끌었다.

실제 국내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3550억원을 지급했는데, 2위인 한국투자증권(1411억원)과도 2배 이상 차이났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걸맞게 성과를 내면 ‘확실히’ 보상받는 구조이기에 영업에만 초점에 맞추다 보니 내부통제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적만 강조하다보니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개인의 일탈행위가 발생하는 등 불공정거래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제대로 내부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밟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며 “메리츠의 성과지향적 문화 탓에 내부통제 감시가 타 대형사 대비 약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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