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마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지난 1일 마포에서 열린 민생 타운홀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 사진=대통령실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대통령의 입에서부터 시작된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향한 ‘상생 압박’이 지속되면서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이어진 ‘이자 장사’ 논란으로 촉발된 상생 압박이 재현된 셈인데, 당시보다 압박 강도가 세다는 것이 은행권 내부의 분위기다.

은행권도 이전보다 더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당국의 횡재세 부과 논의 움직임에 앞다퉈 수천억원대의 ‘돈 보따리’를 푼 데 이어, 급기야 은행권이 재원을 출연하는 소위 ‘상생재단’ 설립 논의까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은행권의 일련의 움직임이 당국의 압박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정부 기조에 불편한 기색 역시 포착되는 만큼 오는 20일로 예정된 금융지주 회장단과 당국 수장 회동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 등 금융 수장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 만남을 앞두고 이런저런 말이 무성하다.

이미 일부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각 1000억원대의 자체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한 상황에서, 이번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추가적인 상생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권 내부에서도 금융당국이 여전히 금융권이 공개한 상생방안에 부족함이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각 사 별 추가 재원 공급 또는 지주사가 함께 재원을 공동 출연하는 등 새로운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당초 오는 16일로 예정돼있던 이번 간담회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코로나19 확진으로 20일로 연기됐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앞다퉈 ‘추가 상생안’ 공개하는 금융권

앞서 언급했듯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이어진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날 선 비판 이후 일부 금융지주사들은 자체적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준비‧공개했다.

가장 앞서 신한금융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금융 부담을 경감하고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둔 ‘2024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놨다. 이 패키지에는 기존에 시행 중인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의 기한 연장 및 대상 확대를 위한 610억원 추가 지원과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440억원의 신규 지원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계획이 담겨 있다.

하나금융도 이달초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약 30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특히, 신규 가맹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약 20억원)의 통신비를 지원하고,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개인사업자대출 이용 차주 중 일부를 선정해 컨설팅 비용 1인당 50만원(약 15억원)을 지원하는 등 현장의 사업체 운영을 지원하는 실질적 방안도 담겨 눈에 띄었다.

이같은 금융지주사 상생금융 공급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해당 방안 준비 과정에서 각 지주사 회장들의 민첩한 반응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추가 상생금융 지원을 발표한 신한금융의 경우, 진옥동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CEO 및 실무부서 회의를 통해 기존 프로그램 확대 및 신규 지원 계획을 마련했다. 특히, 당시 신한금융은 이날 회의가 ‘주말’에 진행됐음을 언급했는데 이는 그만큼 당국의 반응에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아직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지 않은 우리금융은 이달초 임종룡 회장 주재 긴급회의에 이어 계열사별로 주말에도 출근해 상생금융 현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상생금융TFT를 발족하고, 기존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 계열사별 상생금융 확대 방안의 실효성을 면밀이 검토한 후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일 진행된 금융업권협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위원장(오른편 아래에서 세 번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6일 진행된 금융업권협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위원장(오른편 아래에서 세 번째)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금융위

시큰둥한 당국, 추가 상생도 ‘압박’

다만, 이같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대응에도 당국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현재 공개된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상생금융 지원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복현 금감원장은 해당 방안이 공개된 이후인 지난 6일 “은행이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은행업권 내 종사자분들 또한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같은 날 진행된 금융협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이익의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이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단순히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 시선이 따갑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줄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상생 방안 마련을 사실상 권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 및 여당에 이어 야당에서도 은행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최근 1~2년여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 속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둔 것에 대한 비판인데, 이를 둘러싼 당국과 업권 간 갈등 구도도 더욱 심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정치권으로까지 옮겨붙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미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기대 수준을 넘어선 초과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위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금융당국은 횡재세 논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적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향후 총선 등 정치적 이슈까지 고려하면 당국이 올해 중 횡재세 논의에 군불을 당길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각 사별로 준비 중인 자체 상생방안과는 별개로, 금융 취약층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은행권 공동으로 준비하는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소위 ‘재단’ 설립이다. 각 사별로 재원을 출연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청년 등 취약층을 지원하자는 것인데, 이미 은행권에서는 지난 2012년 이와 유사한 목적의 청년 창업 지원 재단 ‘디캠프(D.Camp)’ 설립에 약 7천억 가량의 재원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추가 상생방안을 준비 중인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큰 틀에서 상생금융 방안은 마련해 놨지만, 발표에는 다소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금융지주 회장단과 당국 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보완‧수정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상생압박에 신음하는 은행업계

다만, 최근 일련의 추가 상생금융 방안 마련과는 별개로 당국을 향한 은행권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당국 내부에서도 금리, 대출 등 상생압박이 집중된 일부 분야에서 다소 정제되지 않은 의견이 나오는 등 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오히려 은행권만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특히, 은행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상생 지원을 오로지 재원 규모로만 판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이미 각 사별로 1000억~3000억원의 단기‧중기적 지원방안을 시행 중이고,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공개된 향후 3년간 10조원의 사회공헌 계획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추가 지원을 압박하는 당국의 기대 수준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는 것이 은행권 전반의 기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 넘게 당국 기조에 맞춰 금리 인하, 이자 감면, 상환 유예 등의 방안을 지속해 왔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만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며 “업계 내부에서도 은행권을 향한 이같은 비판적 시각이 결국 은행 실적이 악화하고 수익성 지표가 하락해야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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